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4)는 16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인사담당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서울 강남역 인근 A사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 회사 상담직원은 광고 내용과 달리 “인터넷에 구인광고나 홍보 글을 올려 휴대전화를 팔거나 신입사원을 모집하면 200만∼300만 원의 월급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취직에 대한 신용보증금으로 500만 원을 내야 한다”며 박 씨에게 연이율 36%의 제2금융권 대출을 권했다.
“이자는 회사가 내준다”는 말을 믿고 대출계약을 한 박 씨는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다가 해당 회사가 대출만 받게 해놓고 월급을 안 줬다는 피해자들의 사연을 발견했다. 다음 날 회사에 계약 파기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대출금의 20%인 100만 원만 돌려줘 400만 원의 빚만 얻게 됐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일자리를 미끼로 휴대전화를 팔거나 취업보증금 명목으로 대출을 유도해 떼어먹는 등 변종 ‘다단계 판매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온라인 재택알바’나 ‘재택부업’을 제공한다고 광고하는 이 업체들은 일자리가 급한 청년층, 부업을 원하는 주부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회사 홍보 글을 꾸준히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광고해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영업상 꼭 필요하다”며 휴대전화를 사게 하는 것. 하지만 회원 대부분 2년 약정의 휴대전화 구입비만 물고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업계에서 가장 큰 B사 한 곳만 지난 1년 사이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다단계 업체를 규제하는 관련 규정의 취약성 때문에 아직까지 변종 다단계 업체의 영업활동을 적극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1인당 피해액수가 수십만, 수백만 원으로 기존 다단계 사기에 비해 규모가 작아 피해자들이 복잡한 피해구제 과정을 포기하거나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단계판매 규정의 범위를 확장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8월 이후엔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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