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천/경기]“병원-상가도 없는 영종하늘도시… 사람 살라는 곳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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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아파트 입주 앞두고 입주예정자들 “사기분양”
시세, 분양가보다 20% 하락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도로조성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일대는 마치 사막 한복판에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주변 환경은 불모지 그 자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ㅍ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도로조성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일대는 마치 사막 한복판에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주변 환경은 불모지 그 자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ㅍ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토지보상금인 4조2950억 원(2007년 당시 총사업비 10조929억 원의 42.5%)이 풀린 영종하늘도시의 아파트 입주가 7월로 다가오면서 인천이 술렁이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도시 기반시설 없이 달랑 아파트만 있다”며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입주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3일 인천 중구 운서동 공항신도시에서 영종하늘도시로 이어지는 구(舊)도로(왕복 2차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에 맞춰 도로 폭을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다. 자동차로 10분 정도 더 달리자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다. 단지와 연결된 주 진입도로에는 수시로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이 오가며 먼지와 소음을 일으켰다. 아파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한마디로 황무지였다. 은행과 병원, 상가 등 편의시설은 언제 들어설지 기약조차 없다.

생활용품을 사려 해도 6km 정도 떨어진 기존 시가지(공항신도시)로 나와야 한다. 그야말로 공사장 한가운데 8851채(민간분양분)의 아파트만 지어 놓은 형국이다. 교육은 더 문제다. 단지 내 초등학교의 경우 9월 개교를 앞두고 있지만 중학교는 단지에서 4km 떨어져 있어 30분마다 오가는 버스나 부모의 승용차를 이용해 통학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내년 3월 개교 예정이어서 당분간 6km 떨어진 고교에 다녀야 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2009년 분양 당시 시행·시공사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시가 투자유치사업을 내걸어 아파트 분양률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밀라노 디자인시티 등 투자유치 사업 가운데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는 것. 특히 청라∼영종을 잇는 제3연륙교가 2014년 개통된다는 말만 믿고 아파트를 덜컥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악몽 같은 현실은 아파트 시세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영종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에 비해 20%가량 떨어져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제3연륙교 건설 문제를 떠나 통행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입주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천대교의 경우 5800원, 영종대교를 이용하면 북인천 나들목까지 3700원, 서울까지는 77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인천대교는 할인(1회 2100원)을 해주지만 영종대교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할 경우 소요되는 왕복 1만5400원은 부담이 된다. 이 같은 혜택도 내년 3월이면 끝난다.

입주예정자 김선홍 씨(48·세무사)는 “영종하늘도시는 LH와 인천시의 공동 사기극의 결정판”이라며 “현재로서는 전체 입주민의 10% 정도만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500여 명의 입주 예정자는 현재 시공·시행사와 LH, 인천시를 상대로 아파트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영종하늘도시#토지보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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