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울리는 불법 사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양형을 강화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죄질이 나쁜 불법 사채 범죄에 대해 형량을 늘리고 불법 사채와 결탁한 폭력조직을 소탕해야 한다는 등의 제언을 내놨다. ① 불법 사채, 형량을 높여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완 교수는 “경제범죄는 단순한 재산상의 피해를 넘어 가정 파괴나 자살 등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법 사채에 대해서도 죄질이 나쁜 경우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처벌의 형평성을 위해 죄질에 따라 양형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순히 미등록으로 법을 위반한 경우는 벌금형을 선고하는 대신, 악의적인 수법으로 고리를 받고 불법 추심을 하는 등 죄질이 나쁜 경우는 과감히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② 불법 추심, 협박 공갈죄 적용하자
폭행이나 협박, 공갈을 수반한 불법 채심에 대해서는 대부업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폭행 혐의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최근 1100억 원대 가짜 석유를 판매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폭력조직 ‘봉천동 식구파’ 50여 명을 적발해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하부 조직원을 동원해 불법 채권 추심을 일삼았다. 하지만 이렇게 범죄단체로 드러난 이들조차 2010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만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높은 이자도 문제지만 불법 사채 피해자들에게 폭행이나 협박 등은 더욱 두려운 일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추심 과정에서 있었던 폭행이나 협박, 공갈에 대해서도 각 형법 조항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기소하면 무거운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 채권·채무 증거를 미리 확보하라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불법 사채와 관련한 개인파산 사건을 실제 진행해 보니 가장 답답한 점이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불법 사채의 경우 ‘일수’처럼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다 보니 제대로 된 차용증이나 거래기록 등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이 판사는 “피해자에게 파산면책 결정을 내려 남은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고 싶어도 법적으로 사채업자의 채권액이 얼마나 되는지 특정이 안 돼 어려움이 있다”며 “거래를 할 때 증거로 쓰일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④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활용하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하던 박모 씨(51·여)는 불법 사채업자 윤모 씨(42)에게 가게 운영 자금으로 9400여만 원을 빌렸다가 연 190% 이자를 물어 총 1억2500여만 원을 갚았다. 윤 씨는 2010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박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올해 1월 박 씨는 소송에서 이겨 윤 씨로부터 1000만 원을 받게 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불법사금융피해 법률지원총괄TF팀 권규송 과장은 “형사 처벌도 중요하지만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범죄로 얻은 이익을 회수하는 것은 실질적인 처벌이 될 뿐만 아니라 피해 복구 효과도 있다”고 제언했다.
⑤ 업자와 결탁한 폭력조직 뿌리 뽑자
불법 사채업자와 결탁한 폭력조직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폭력배들이 사채시장에 뛰어들어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이들이 수사기관에 적발됐을 때 윗선을 밝히지 않아 ‘몸통’보다는 ‘깃털’만 잘라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폭력배들이 불법 사채에 이용하는 자금의 젖줄이 명동 사채시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폭력조직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