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산 30곳서 중금속… 하천마다 ‘붉은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강원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삼탄-서진 폐석탄광산에서 배출되는 산성배수로 인해 일대 하천 바닥이 붉은색으로 오염되는 적화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강원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삼탄-서진 폐석탄광산에서 배출되는 산성배수로 인해 일대 하천 바닥이 붉은색으로 오염되는 적화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농사를 지을 때 하천에서 절대 물을 끌어다 쓰지 않습니다. 농작물이 중금속에 오염되거든요.”

강원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주민이 하는 얘기다. 구래리 옥동천의 바닥은 붉게 변한 지 오래다. 일대 삼탄-서진 석탄광산이 1990년대 초반 폐광(廢鑛)된 후 광산 내 갱내수(광물질이 용해돼 물과 함께 고여 있는 현상)가 발생했다. 갱내수는 공기와 접촉하며 점차 산성화됐다. 우기(雨期) 때 갱내수가 주변으로 퍼지며 옥동천을 중금속으로 오염시켰다. 국내 산업화의 1등 공신이던 광산들이 문을 닫으면서 국토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 폐광산 주변 중금속에 몸살

환경부는 “전국 폐석탄광산 40곳과 폐금속광산 24곳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 영월 25곳, 경북 문경 9곳 등 폐석탄광산 40곳을 중심으로 반경 2km 일대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약 1만7500t의 갱내수가 유출됐다. 이로 인해 폐광산 40곳 중 75%인 30곳 주변 토양과 물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검출됐다. 16곳은 중금속이 토양오염우려 기준(kg당 비소 25mg, 카드뮴 4mg, 아연 300mg)을 최대 6.2배 초과했다. 또 3곳은 토양오염우려 기준의 3배를 넘어선 중금속이 검출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산 25곳 주변 하천은 아연 철 등의 중금속 오염 탓에 하천이 붉게 변하는 ‘적화현상’이 발생했다. 경북 문경 갑정광산, 강원 영월 후천광산 일대 지하수는 먹는 물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이 나와 지하수 관정을 폐쇄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폐금속광산 24곳을 조사한 결과 비소가 환경기준치(kg당 50mg)의 30배 이상 검출되는 등 35%(7곳)의 토양에서 중금속이 다량으로 나왔다. 환경부 측은 “한강권역과 낙동강권역 등으로 오염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조사와 정화 시행주체 달라 우왕좌왕

충남 일대 폐석면광산 주변 토양 2512만 m²(약 759만8800평)도 조사해보니 절반에 가까운 42.1%(320만 평)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한국환경공단 최석준 토양지하수처 과장은 “현재 전국에 총 600여 개의 광산이 운영 중”이라며 “나머지 4600여 곳의 폐광산은 주변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폐광산 오염조사는 환경부, 폐광산 정화작업은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광해관리공단, 폐광산 일대 농경지, 농작물 관리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오염조사 주체와 정화시행 주체가 다르다보니 오염 위험진단이 나와도 폐석 유실 방지, 수질 개선 등 대처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2007년 이후 환경부가 조사해 오염 1등급으로 지정된 폐광산 41곳 중 지경부가 정화작업을 시행한 곳은 20곳에 그쳐 논란이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조사와 정화사업 간 시행 간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폐광산#중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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