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검증 리포트]부인 명의로 판교-영종도 아파트 2채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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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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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 부인이 분양받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판교원마을 아파트(위). 김 내정자는 가구주를 부인으로 바꿔 아파트를 분양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내정자의 어머니가 소유한 자동차 등록 원부에는 주정차 위반 등으로 35회나 차를 압류당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 부인이 분양받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판교원마을 아파트(위). 김 내정자는 가구주를 부인으로 바꿔 아파트를 분양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내정자의 어머니가 소유한 자동차 등록 원부에는 주정차 위반 등으로 35회나 차를 압류당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기용 경찰청 차장(55)은 잇단 경찰 비리로 흠집 난 ‘경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 말 경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내정자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학으로 경찰 수장 후보까지 오른 인물답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다음 달 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토대로 김 내정자의 경력과 학력 재산 등을 검증했다. 검증 과정에서 결정적인 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고 재산 증식 과정에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경찰 입문 이후 보직이동이 잦았고, 보안 정보 계통 이외 분야에서의 경험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 ‘보안통’의 잦은 보직 이동


김 내정자는 1992년 경찰청 경무국 교육과에 경정시보로 들어오면서 경찰 제복을 입었다. 그 뒤 전남 담양경찰서장과 서울 용산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충남지방경찰청장 등 23개 보직을 거쳤다.

한 보직에서 근무한 기간은 평균 10.3개월로 짧은 편이었지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서장과 청장 재직 기간을 제외한 15년 8개월 가운데 절반가량인 7년 6개월을 보안 정보 분야에서 일했다. 나머지 경력도 경비 경무 등이다. 총경 이후 보직 이동이 잦은 점을 감안해도 전문성을 쌓았다고 볼 수 없는 6개월 이하의 짧은 보직 경험이 9차례나 된다. 수사나 형사 분야에서 일한 경험은 없다. 근무 분야가 편중돼 있어 경찰 조직 전반을 지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적절한 술자리 등 논란이 된 사건도 있었다. 2006년 김 내정자가 서장으로 있던 서울 용산경찰서는 초등학생 허모 양(당시 11세)을 성추행한 뒤 살해한 김모 씨(당시 53세)와 허 양의 시체를 불태워 버린 김 씨의 아들(당시 26세·회사원)을 붙잡아 구속했다. 하지만 허 양의 장례식 전날 김 내정자와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이 관내를 벗어나 술자리를 벌여 논란이 됐다. 범인 체포에 따른 포상을 이유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서 회식을 한 것이다. 경찰은 “허 양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데다 범인에 대한 여죄 조사 등이 남은 상태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내정자 측은 “당시 30분 정도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사차 들렀다가 바로 경찰서로 돌아왔고 본청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에는 국정감사에서 충남 지역의 노인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무리한 수사로 충남 경찰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올랐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밖에도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 중앙청사경비대장 시절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안으로 대학생 2명이 화염병 7개를 던져 주차장에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논란 있는 재산 증식 과정


김 내정자는 2006년 분양 공고 한 달 전 부인 명의로 가구주를 바꾸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의 판교원마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곳은 ‘로또 분양’이라는 말까지 낳으며 투기 열풍이 불었던 곳이다. 7억2000만 원이던 이 아파트는 현재 11억∼12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0년에는 부인 명의로 인천 중구 중산동(영종도)의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다. 24일 만난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당시 아파트를 산 뒤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천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문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 측은 “아이들이 크면서 10년도 넘게 산 평창동에서 이사를 가기 위해 분당 아파트를 알아봤고, 부인에게 청약통장이 있어 명의를 바꿨다”며 “인천 아파트도 25평으로 나중에 딸들이 시집을 간 뒤 부부가 살 작은 집을 찾다가 분양받은 것이지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학업은 성실했지만 논문은 특혜?


검정고시 출신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 졸업장과 석·박사 학위까지 딴 김 내정자는 대체로 성실히 학업에 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8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2년 뒤 평점 3.27점(4.3점 만점)으로 졸업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한성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김 내정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충북지방경찰청과 충남지방경찰청에서 일했는데 토요일을 이용해 학업을 이어갔다. 실제로 김 내정자가 당시 수강한 강의 12개는 전부 토요일 오전 9시와 오후 6시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논문 심사 당시 논문 심사위원 5명이 김 내정자를 위해 직접 대전까지 간 것은 지나친 배려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일어난 2010년 11월 23일 김 내정자는 충남경찰청 근처에서 논문 심사를 받았다. 논문을 심사한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수 5명이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일정을 미루면 시간 약속을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 교수들이 합의해 대전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 위장전입에 모친 차량은 과태료 체납


김 내정자의 위장전입 논란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장녀의 학업과 진로를 위해 2006년 1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장녀 친구의 집으로 위장전입을 한 뒤 다음 달 원래 살고 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돌아왔다. 김 내정자는 22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김 내정자 어머니의 잦은 위법 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검증 결과 김 내정자의 어머니는 주정차 위반 등으로 수차례 적발됐지만 제때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 김 내정자의 어머니가 2010년 1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갖고 있던 카렌스 승용차에는 압류가 14개나 걸려 있었다. 2003년 구입해 올 1월에 폐차한 쏘나타 승용차에 걸린 압류도 21개에 달했다. 모두 지방세 체납이나 불법 주정차, 지정차로 위반 등으로 나온 과태료를 제때 내지 않아서였다.

김 내정자 측은 “어머니가 동생 집에서 살고 있는데 차는 동생이 타고 다녀 (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지) 몰랐다. 최근에야 이를 알게 돼 (과태료를 내고) 차량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기용#경찰청장#수원여성피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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