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노인 대상 한글 교실도 초등 졸업장 준다

  • 동아일보

담양공공도서관 등 6곳 학력인증기관 지정
전남도교육청 “평생교육 차원 연차적 확대”

전남 완도군 신지면 신지동초등학교 ‘반딧불이 한글교실’에서 노인들이 수업을 받고 있
다. 신지동초등학교 등 전남지역 6개 기관은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노인들이 일정기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장을 준다. 신지동초등학교 제공
전남 완도군 신지면 신지동초등학교 ‘반딧불이 한글교실’에서 노인들이 수업을 받고 있 다. 신지동초등학교 등 전남지역 6개 기관은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노인들이 일정기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장을 준다. 신지동초등학교 제공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 사는 조성단 할머니(63)는 4월 말 개강하는 신지동초등학교 한글교실 입학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문턱을 밟아보지 못한 할머니는 배움에 대한 한이 가슴에 응어리져 있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탓에 말 못할 설움도 많았다는 할머니는 2년 전 이 학교에 개설된 ‘반딧불이 한글교실’을 다녔다. 편지를 쓰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실력을 쌓은 할머니는 얼마 전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지동초등학교가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증기관으로 지정돼 일정 기간 교육을 받으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안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2년 동안 한글을 배우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꼭 졸업장을 딸 것”이라고 말했다.

배울 기회를 놓친 노인들이 정식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남도교육청은 최근 목포 화순 담양공공도서관, 광양 고흥평생교육관, 완도 신지동초등학교 등 6개 기관을 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들 기관은 수년간 노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文解敎育·한글 깨치기)을 해왔다. 이번에 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식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기관들이 자체 예산을 들이고 도교육청이 강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학비 부담도 없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인정 교재로 교육과정(1∼3년)을 수료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교육기간은 40주로,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는 1, 2학년 과정으로 주 2회 하루 2시간씩 국어와 수학을 배운다. 3∼6학년 과정인 2, 3단계는 국어 수학 외에 영어 사회 과학 등을 배우게 된다.

도교육청은 고령자의 향학열을 북돋우고 평생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력인정기관 지정을 연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선수 전남도교육청 평생교육담당 주무관은 “그동안 공동도서관, 평생교육시설에서 문해교육을 했지만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고서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며 “일정 수준의 실력이 되면 1년 만에 초등졸업장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담양#한글교실#담양공공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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