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특화 브랜드 경쟁은 ‘퀵 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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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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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 갯벌천일염… 대흥 황토밭사과… 조안 먹골배…
신안 34건 등 상표출원 봇물

전남 신안군 증도면의 갯벌천일염, 담양군 창평면의 전통된장, 충남 예산군 대흥면의 황토밭사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먹골배, 경북 청송군 파천면의 얼음골사과….

여유와 느림이 있는 곳, 국내 10개 슬로시티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다. ‘슬로시티’는 현대 일상의 바쁜 것을 버리고 잠시나마 느리고 조용하며 여유 있게 살면서 인간다운 삶을 되찾자는 운동이다. 2000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와 움부리아 지방의 그레베 시 등에서 출발한 뒤 전 세계로 번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전남 신안군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정된 뒤 경기 남양주시, 전남 담양군, 충남 예산군, 경북 청송군 등 10개 시군이 선정됐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먹을거리와 특화산업을 둘러싼 ‘브랜드 전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일 특허청에 따르면 슬로시티 관련 브랜드 출원은 2010년까지 한 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만 67건이 출원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국내에선 처음 슬로시티로 선정된 전남 신안군(증도면)은 천일염과 함초 등 ‘슬로푸드’, 염전 전통발효식품 등 모두 34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어 전남 담양군이 전통된장과 한과, 염장류, 바이오산업 등 27건을, 장흥군이 표고버섯 등 5건을 출원했다. 2009년 슬로시티로 선정된 충남 예산군은 황토밭사과와 대흥저수지의 민물어죽, 사과 관련 상품을 출원했다.

이 밖에도 2010년 선정된 전북 전주시가 비빔밥과 한식 전통주인 이강주를, 경북 상주시는 상주곶감과 산나물, 경기 남양주시는 먹골배와 유기농산물을 출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슬로시티로 선정된 경북 청송군도 이 일대에서 나오는 농산물과 전통 한지, 백자와 옹기에 대해 상표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가 앞다퉈 관련 브랜드를 출원하는 것은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선정된 ‘슬로시티’라는 브랜드를 권리화해 지역 특산물의 판매를 촉진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출원을 희망하는 지자체는 다른 시도와 차별화된 문자 또는 지자체 로고를 결합한, 눈에 띄는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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