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민’ ‘분양주민’ 다른 엘리베이터 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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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임대 의무 규정’ 서울 마포 고가 주상복합
“얼굴 안 마주치게”… 출입구-편의시설 분리 논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메세나폴리스 103동은 임대아파트 77채가 포함되면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주민과 임대주민 간의 ‘불편한 동거’가 우려된다. 건물 중간 두 개의 돌출된 선 아래쪽이 4∼10층 임대 입주민들이 살 공간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메세나폴리스 103동은 임대아파트 77채가 포함되면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주민과 임대주민 간의 ‘불편한 동거’가 우려된다. 건물 중간 두 개의 돌출된 선 아래쪽이 4∼10층 임대 입주민들이 살 공간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고가(高價) 주상복합아파트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 임대아파트가 입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임대 입주민들을 ‘일반 입주민’과 구별해 별도의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해 차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의 아파트는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분양 중인 ‘메세나폴리스’(옛 서교자이 웨스트밸리). 올 6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는 29∼39층 3개동, 전체 617채 가운데 538채가 163∼322m²의 대형으로 이뤄져 있다. 분양가격은 최소 15억9000만 원에서 최대 34억1000만 원. 최고 분양가가 3.3m²당 3500만 원을 넘어 2008년 분양 당시 서울 뚝섬과 용산을 제외하고 강북권역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분양 관계자는 “이 아파트 일반분양 계약자들은 자산이 최소 15억 원 이상에 집이 두세 채씩 있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 아파트는 철저하게 최상류층을 타깃으로 했다. 단지 내부는 포르투갈 대리석, 일본산 벽지, 독일산 원목마루 등 세계 최고급 수입 마감재와 수입 가전제품으로 꾸몄다. 건물 곳곳에 무술 유단자인 전문경호원이 배치돼 24시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주차도우미, 가사도우미, 헬스케어, 헬스트레이닝, 골프 및 요가강습, 택배 보관 및 배달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요트회원권도 2년간 무료로 준다.

문제는 ‘대한민국 1%를 위한 고품격 주거단지’를 표방하는 이 아파트에 서민 주거용인 66∼81m² 임대아파트가 77채(12.5%)나 포함됐다는 점이다. 균형발전촉진지구 내에 위치해 재개발 및 재건축을 할 때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아파트 용적률의 17% 이상을 반드시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저층부에 사는 임대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103동의 고층부 엘리베이터로, 공사 인부들
이 작업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4∼10층은 뒤로 돌아가세요”라고 써 놨다.
저층부에 사는 임대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103동의 고층부 엘리베이터로, 공사 인부들 이 작업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4∼10층은 뒤로 돌아가세요”라고 써 놨다.
그러자 GS건설은 일반 입주민과 임대 입주민의 동선을 일부 분리하는 ‘꼼수’를 뒀다. 103동 4∼10층에 임대 77채를 몰아넣고 별도 공간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얼굴을 아예 마주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임대 입주민에게는 메세나폴리스가 자랑해 온 ‘특급호텔급 서비스’도 그림의 떡이다. 입주민이 함께 쓰는 커뮤니티센터인 ‘자이안센터’ 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

서울시는 임대아파트를 매입해 시프트(장기전세)로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임대 입주민들이 어떤 차별대우를 받을지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 입주 후 갈등이 불거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일반 분양을 위해 제시한 서비스를 임대 주민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다만 입주민의 커뮤니티 공간 출입 허용 여부는 실제 입주한 뒤 입주민들끼리 상의해 선택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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