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의회는 의원들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강제 휴업일을 둘째 넷째 일요일로 정하는 수정조례안을 발의했다고 14일 밝혔다. 8일 관련 조례안을 발의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수정안을 낸 것이다.
첫 조례안에서는 휴업일이 둘째 넷째 월요일이었다. 월요일 휴업안이 알려지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물론 춘천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평일 휴업은 전통시장 등 골목 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16일 시의회를 항의 방문해 일요일 휴업을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었다. 결국 의원들은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조례안을 만들었다가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황급히 조례안을 수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수정될 조례안이 왜 만들어졌을까. 더욱이 시의원 2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명이 발의할 정도로 지지를 얻었다. 동아일보가 이 조례안을 발의한 시의원 가운데 연락이 닿은 11명에게 질의한 결과 답변은 다양했다.
“월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에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편의를 생각했다.” “춘천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도 고려해야 했다.” “대형마트의 일방적인 손해만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일단 월요일로 정해놓고 의견을 수렴해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도 늦지 않다.”
대형점포의 강제 휴업을 통해 전통시장 등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의 기본 취지와는 동떨어진 생각들이다. 더욱이 일부 의원은 “조례안의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거나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정하는 조례안이라고 해서 당연히 일요일 휴업인 줄 알았다”고 답해 조례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서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례안은 전북 전주시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킨 다음 날 전격 발의됐다. 너무 서두르다 보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아 졸속으로 진행된 느낌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재빨리 고쳐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민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이렇게 허술하게 만드는지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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