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난 대구 D중학교 학생들이 7일 개학해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개학에 맞춰 학교폭력추방캠페인을 펼친 대구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앞으로 1주일간 캠페인을 벌인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다들 관심을 가지니까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없을 것 같아요.”
7일 오전 8시경 대구 수성구 욱수동 D중학교에서 만난 정수진 양(14·중2)은 “친구들끼리 서로 장난치고 재미있게 놀던 그때로 돌아온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1학년 신정윤 군(13)은 “사건 이후 선생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가까워졌다”고 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2월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A 군(14)의 모교. 슬픔에 잠겼던 이 학교가 사건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시작한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이날 대구시교육청과 D중은 정문 앞에서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펼쳤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이 학교 교사 50여 명, 학부모 학생대표 등 100여 명이 나섰다. 이들은 앞으로 1주일간 캠페인을 펼친다.
우 교육감은 “전시성 행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A 군이 다녔던 2학년 교실 복도. 한 달여 만에 만난 A 군의 같은 반 친구들이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며 해맑은 표정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A 군과 같은 반인 전종현 군(14)은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학교폭력)를 그만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괜찮은데”라며 “A 군과 가해학생 2명의 책상도 치웠다”고 전했다.
A 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잘 알고 지낸 1년 선배 김흥경 군(15·중3)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우리는 이미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우리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를 잘 해결해 다른 학교에서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자녀의 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도 생겼다. 중1, 3학년 남매가 이 학교에 다니는 최순분 씨(44·여)는 “지난달 초 아이들의 같은 반 친구와 어머니 등이 함께 당일 코스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앞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캠핑을 가거나 공연 등을 보러 갈 경우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은 3월부터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일주일에 1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 예정이다.
D중 서교현 교감은 “올해는 교사와 학생이 더 친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학생을 잃는 슬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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