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황당한 ‘NEAT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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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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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방향 확정 안됐는데 교재 만들고 수업

‘학교에서는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를 대비할 수 없다.’

NEAT가 올해 정식 시행되면서 학원가마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내거는 선전문구다. 하지만 지난해 NEAT 시범평가를 치른 고교생의 시험 점수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학원 수업은 NEAT 점수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외국어영역을 NEAT로 대체할지를 올해 안에 결정할 방침이라 학부모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교육업체의 홍보전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습시간, 교사 수준이 중요


NEAT를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시범평가에 응한 68개 일반계 고교 학생 2174명과 지도교사 164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였다. NEAT 점수 격차의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는 취지였다.

사교육 업계들은 “NEAT의 말하기, 쓰기 등은 학원이 아니면 대비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달랐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의 NEAT 4개 영역 평균 합산점수는 178점인 반면 학원 수업시간이 하루 0∼2시간 미만인 학생은 186.5점, 2∼4시간 미만은 182.2점, 4∼6시간 미만은 163.6점에 불과했다. 학원에서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점수가 높아지지 않았던 것.

반면 자기주도 학습시간은 점수와 직결됐다. 자습시간이 없다고 답한 학생은 129점에 불과했지만 하루 0∼2시간인 학생은 185.2점, 2∼4시간은 200.8점, 4∼6시간은 229.7점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교사의 자기개발 노력도 학생들의 점수에 영향을 줬다. 최근 3년 이내 해외연수를 받았던 교사가 가르친 학생은 평균 180.2점이었지만 해외연수 경험이 없는 교사가 가르친 학생은 176.1점이었다.

○ 학원 NEAT 대비반은 ‘속 빈 강정’

사교육업계에서는 이미 NEAT 교재와 대비반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은 학원 이름에 ‘NEAT’를 박아 넣었다. 그러나 수업은 기존의 토플·토익 강좌와 다르지 않다. 교재도 시중에 나온 토플 교재와 NEAT 교재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어학원도 NEAT 이름을 붙인 학원을 냈지만 수업은 토익 대비반과 같다.

정부는 학원들의 홍보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NEAT 출제 방향을 지금 정하는 중인데, 벌써 업체들이 교재를 만들고 수업을 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학원의 무분별한 강의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EBS를 통해 NEAT 특강을 시작한다. NEAT 교재도 평가원이 직접 제작하고 9월 중에는 인터넷에 NEAT 말하기·듣기 학습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김남윤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지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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