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왕재산’ 간첩단 총책 무기 구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공판서 야권인사 거명하자
변호인 “정치재판” 퇴정소동

북한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의 지령에 따라 암약한 남한 내 지하당 ‘왕재산’의 총책으로 지목된 김모 씨(49)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염기창)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나머지 피고인인 임모 씨와 이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및 자격정지 15년, 유모 씨와 다른 이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및 자격정지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추가로 피고인 5명 모두에게 몰수형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반국가단체 ‘왕재산’의 핵심 구성원들로 1993년 8월 직접 북한을 방문해 접선 교시를 받은 후 20년 가까이 국가변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총책 김 씨의 구형량과 관련해 “사안의 중대성과 간첩단 총책이라는 점, 뉘우침이 없어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한 간첩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공안정국을 만들어 스스로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며 “압수수색 등 증거 수집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모두 조작됐다”고 맞섰다.

이날 진행된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간에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25일 시작된 검찰 신문에서 피고인 5명은 진술을 거부하며 검찰의 300가지가 넘는 질문에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 26일 검찰이 왕재산의 정치권 담당으로 지목한 이 씨(징역 15년 구형)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2004년 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당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뒤 북한에 우 의원과 막역한 동지의식을 확보했다고 보고하지 않았느냐” “2006년 임채정 국회의장의 정무보좌관으로 일한 것이 사실이냐” “고 김근태 전 의원이 대권에 도전하기 힘들어지자 주창돈 삼성생명 상무를 통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소개받아 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없느냐”고 묻자 변호인과 피고인들이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신문을 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인은 재판장의 허가 없이 오전 11시 8분 법정을 나갔다. 피의자들도 재판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11시 29분 변호인이 돌아오자 재판을 속개했다. 선고공판은 2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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