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런 ‘불량 콩’을 수입해 놓고 두부를 만들라고 하니 속이 터집니다. 두부 생산량이 10%나 줄고 일부 콩 자루에서는 돌까지 섞여 나왔어요.”(연식품협동조합 관계자)
최근 국내 두부업계 일각에서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콩을 둘러싸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낮은 저품질 콩 때문에 두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정부의 곡물수입 사업을 대행하는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aT가 자사의 퇴직 임직원이 관계된 업체의 콩을 사주려다 불량 콩을 수입했다는 것이다. aT는 “말도 안 되는 추측”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24일 국내 두부업체들의 연합회인 연식품협동조합 및 aT 등에 따르면 최근 두부업계에서는 aT가 지난해 12월 수입한 중국산 콩 9700t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연식품협동조합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콩의 품질이 심하게 떨어진다는 회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며 “업체들이 지역별 협회를 통해 aT 측에 공식 항의했다”고 말했다. aT에서 콩 수입을 담당하는 국영무역처 두류관리팀 관계자 역시 “연식품협동조합 등을 통해 여러 건의 불만을 접수한 게 사실”이라며 “원하는 업체에는 다른 콩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간 약 140만 t의 콩이 소비되고 있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용 콩 수요는 44만 t인데 이 가운데 국산 비중은 13만 t에 그치며 나머지는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콩 수입이 전적으로 aT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aT가 들여오는 콩은 정부 차원의 수입으로 간주돼 5%의 관세만 물지만 민간업체들이 콩을 수입하면 487%의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T가 들여오는 수입 콩의 품질이 곧 우리나라 전체 수입 콩의 품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콩 품질 논란이 일자 일부 두부업체는 aT의 사업 공정성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경기지역의 한 두부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aT가 자사의 퇴직 임직원이 다니는 회사의 콩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콩 품질이 떨어졌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T 측은 “12월 입찰에서 낙찰받은 중국 콩 회사의 한국 쪽 관계사(입찰 대행업체)에 aT의 퇴직 직원이 다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우연일 뿐”이라며 “모든 입찰은 전자식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입 여지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aT는 “12월에 수입된 콩은 정부의 품질규격 관리 검사를 통과해 문제가 없지만 중국산이라 품질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산 콩은 미국산보다 품질이 낮은데, 12월 입찰에서는 중국산 콩이 최저가를 제시해 낙찰됐다는 것이다.
aT 두류관리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곡물 작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도 곡물 조달에 어려움이 많다”며 “1월에는 지난해 미리 계약해둔 미국산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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