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18일 세종재단(옛 일해재단)에서 인수한 건물을 ‘지구촌 체험관’으로 탈바꿈시켜 첫선을 보였다. 개관식 축하행사 도중 종이 꽃가루가 발사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 건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년 퇴임 후 일해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영빈관으로 쓰기 위해 지어졌지만 24년간 사용되지 않았다. 뉴스1 제공
전두환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영향력 유지를 위해 세운 일해재단(현 세종재단)의 영빈관이 18일 일반에 공개됐다. 호화로운 내장 때문에 ‘전두환의 아방궁’으로 불리기도 했던 곳이다. 노태우 정부 출범 직후인 1988년 4월 재단 설립을 위한 강제모금 문제가 파문을 빚자 언론에 딱 한 차례 공개한 지 24년 만이다.
세종재단 인근에 위치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해 이 건물을 인수해 지구촌 체험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의 한 산자락에 위치한 100평 규모의 단층 건물이다. 이 건물 주변에는 옛 권력자를 위한 시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손질이 잘된 정원수와 노송들로 둘러싸인 450평 규모의 연못이 있었고, 영빈관 뒤편에 파3짜리 3개 홀을 갖춘 골프장까지 조성돼 있었다. 건물 앞뜰에는 희귀수인 오엽송이 조경돼 있고 유리창으로 햇빛을 받아들이는 실내 수영장은 물론이고 테니스장도 갖춰져 있었다.
공개된 실내는 보통의 전시 공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원래는 고급 샹들리에와 등나무 가구로 꾸며져 있었지만 KOICA가 지난 3개월간 5억 원을 들여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건물은 전 전 대통령이 1983년 10월 9일 미얀마에서 북한의 아웅산 테러로 순직한 공직자 유족들의 생계지원과 장학사업을 위해 국민성금으로 일해재단을 설립하면서 지어졌다. 일해재단은 “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이 조직을 기반으로 사실상의 상왕(上王)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떠나고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세종재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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