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줄게 전학 오세요” 제주농촌 학생유치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학생 수가 줄어들어 분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가구주택을 지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학생 수가 줄어들어 분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가구주택을 지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에서 농촌마을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임대료가 저렴한 다가구주택을 지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을 유치해 학교가 분교로 전락하거나 다른 학교와 통합되는 것을 가까스로 모면하고 있다.

11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더럭분교 3, 4학년 교실. 책상 한 귀퉁이에 ‘11월 30일 진이 전학 간 날’이라는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를 떠나 보낸 애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처럼 학생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학생이 30명뿐인 이 분교는 인근 학교와 통폐합될 위기에 처했다. 2, 3년 안에 신입생이 없으면 분교 하한선인 20명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은 다가구주택을 지어 육지에 있는 가정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하가리 마을주민들은 최근 10가구의 공동주택을 완공했다. 99m²형 8가구, 83m²형 2가구 등이다. 도심 주택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어졌다. 한 달 임대료는 고작 17만 원. 입주희망자들이 몰려 선별을 해야 했다.

애월읍 납읍리는 59m² 규모 24가구의 공동주택 신축이 한창이다. 마을주민들이 성금으로 15억9000만 원을 모아 건축비를 충당했다. 이 마을은 1997년 19가구, 2001년 12가구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공동주택을 짓고 있다. 7월 준공 예정으로 이미 입주희망자가 85가구나 몰렸다. 80여 명인 납읍초등학교가 내년 56명으로 줄어들어 분교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주민들은 하례초교를 살리기 위해 학교살리기운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다가구주택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어도초교, 애월읍 수산리 물레초교 등은 이미 다가구주택 임대로 학생을 유치해 폐교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제주도교육청이 기준으로 삼은 학생 수는 본교 60명, 분교 20명. 2014년까지 학생이 늘지 않으면 분교로 전락하거나 통폐합될 학교가 17개교에 이른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두고 농어촌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젊은층이 농촌을 빠져나가면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학생 수 감소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장봉길 하가리 이장은 “학교는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강원도에서는 한두 명이 있는 학교도 운영되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 정서에 맞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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