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산간오지 농촌도서관, 문화꽃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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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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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 죽곡농민열린도서관 ‘마을시집’ 출간
주민-출향인사, 4개월 모은 책 2000권 전달

전남 곡성군 죽곡면 죽곡농민열린도서관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죽곡마을 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곡성군 죽곡면 죽곡농민열린도서관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죽곡마을 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곡성군 죽곡면은 면적 103km² 가운데 88.6km²(86%)가 산이다. 전체 주민 수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83명에 불과하다. 면 소재지에도 학원은 물론이고 변변한 편의시설조차 없다. 그 대신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유일한 문화시설인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 덕분에 죽곡면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문화가 꽃피는 농촌 마을이 되고 있다.

지난달 농민열린도서관에서는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라는 제목의 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지난해 5월 전남문화예술재단 문화사업 공모에 당선돼 그동안 도서관 운영을 통해 꿈꿔 왔던 마을시집을 만들게 된 것.

이 시집은 7세 꼬마부터 88세 노인 등 주민 105명이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마음의 글이 240쪽에 담겨 있다. 자연을 친구 삼아 지은 아이들의 동시에서부터 농부들의 소박한 농사이야기, 황혼의 뒤안길에서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할머니의 시까지 자연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들로 엮여 있다. 주민 최태석 씨(61)는 “내 시가 실린 시집을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고 뿌듯하다”며 “미흡하지만 앞으로도 아름다운 시를 짓고 싶다”

죽곡면 주민들은 최근 농민열린도서관에 책 2000권을 전달했다. 이 책은 지난해 9월부터 장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열린도서관을 돕기 위해 주민들과 출향인사들이 모은 것이다. 죽곡면 주민들은 책을 모으기 위해 출향 인사들에게도 편지를 보냈고 이장회의를 통해 주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4개월 동안 모인 책은 소설, 아동서적, 자기계발서, 농·축산 전문서적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돼 있다. 김순기 죽곡면장은 “책 기증운동을 통해 문화가 꽃피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열린도서관은 관리인이 없고 대출 절차도 없이 책을 빌려 양심에 따라 반납하는 무인 도서관이다. 200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이 도서관은 책 1만 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주인이다. 김재형 죽곡농민열린도서관장은 “기증한 책이 문화가 꽃피는 죽곡마을 조성은 물론이고 지역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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