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열린 이청호 경사 영결식에서 부인 윤경미 씨가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비록 오늘 우리는 당신의 영혼을 떠나보내지만 대한민국 바다를 사수하는 해경인의 의지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14일 오전 10시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운동장. 서해의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숨진 이청호 경사(40)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 경사가 생전에 수시로 드나들었던 이 부두에는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듯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눈발이 흩날렸다.
해경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장송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 경사의 영정을 앞세운 유가족이 영결식장에 들어오자 전국에서 모인 동료 경찰관과 조문객 1000여 명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이 경사의 영정 앞에 1계급 특진 임명장과 옥조근정훈장을 올려놓자 유가족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모 청장은 조사에서 “대한민국 해양주권의 수호신을 잃어 비통하지만 앞으로 더 힘을 키워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사와 함께 작전에 투입된 장성원 순경이 고별사에서 “누구보다 예뻐했던 딸 지원이, 아버지를 쏙 빼닮아 잘생긴 명훈이,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다며 자랑하던 명현이에게 뭐라고 해야 하느냐”며 흐느끼자 조문객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 경사에 대한 헌화와 분향이 이어지자 부인 윤경미 씨(37)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이어 화장장으로 떠나는 검은색 리무진 차량 트렁크에 이 경사의 목관이 실리자 딸 지원 양(14)이 “문 닫지 마세요. 문 닫으면 이제 못 보는 거잖아. 아빠 나 여기 있어, 일어나”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부두에 정박한 채 영결식 장면을 지켜보던 3000t급 경비함이 울리는 기적소리를 뒤로한 채 이 경사는 도열한 동료 경찰관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영결식을 치르고 난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경사의 친형 청수 씨(42)는 ‘이 경사를 추모하는 온정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는 본보 보도와 관련해 “남편과 아버지를 하늘에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제수씨와 조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국민의 성원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 부사관으로 입대했지만 고향(경북 영덕)이 바닷가여서 평생 꿈인 해경 특채에 합격해 기뻐했다”며 “삼남매의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육지 근무보다는 위험하지만 수당이 100만 원가량 더 나오는 경비함 근무를 줄곧 지원한 희생적인 가장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청수 씨는 “조카들에게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너희 아버지를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조카들 모두 그런 아빠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제수씨와 조카들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경황이 없지만 잘 버티고 있다”며 “국민이 보내준 성원을 잊지 않고 조카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또 “국민이 중국어선에 맞서 해양주권을 지키다가 하늘로 간 동생을 항상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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