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홍천강수라쌀에 외지쌀 90% 넘게 섞고 속여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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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만3000t 생산 업체…식품업체-청와대에도 납품
홍천농협 “농협쌀은 진품”

강원 홍천군의 명품 브랜드인 ‘홍천강수라쌀’을 생산하는 한 업체가 다른 지역 쌀을 섞어 판매한 혐의로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22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A업체의 홍천강수라쌀 3개 제품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홍천에서 재배된 품종은 4.2∼8.4%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1.6∼95.8%는 강원권 다른 지역 품종이거나 영호남에서 생산되는 품종이었다.

이 업체는 값싼 외지 벼를 사들여 가공처리한 뒤 홍천쌀과 섞어 ‘홍천강수라쌀’ 브랜드로 판매해 온 셈이다. 특히 이 업체는 연간 1만3000t의 쌀을 대형마트, 유명 식품업체, 청와대에도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09년 미곡종합처리장(RPC) 브랜드 경영체 부문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홍천군이 5대 명품 브랜드의 하나로 집중 육성해 온 홍천강수라쌀은 명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A업체 외에도 홍천농협이 홍천강수라쌀 브랜드로 관내에 판매하고 있다. 홍천농협은 자사 제품 이미지에 나쁜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즉각 진화에 나섰다.

동승호 홍천농협 조합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홍천농협에서 생산되는 홍천강수라쌀은 홍천 지역 농업인들과 계약 재배를 통해 사들인 원료 벼만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며 “홍천농협 쌀은 안심하고 구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선균 홍천군 농정축산과장은 “논 경지면적 감소로 지역 쌀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만큼 브랜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업체 대표는 “품종 검사를 믿을 수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품질관리원은 이 업체 제품의 추가 분석을 통해 증거자료를 더 확보한 뒤 형사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이 업체가 외지 쌀을 대량 혼합하고도 원산지를 홍천으로 표시한 부분에 대해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수산물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이를 병과해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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