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 누린 호랑이 ‘백두’ 자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1994년 中서 선물로 보내

4일 오전 노화로 숨진 백두산호랑이 ‘백두’의 생전 모습. 국립수목원 제공
4일 오전 노화로 숨진 백두산호랑이 ‘백두’의 생전 모습. 국립수목원 제공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기증해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에서 사육해 오던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수컷 ‘백두’가 4일 숨졌다. 백두는 만 스물한 살로 국내 사육 중인 백두산호랑이 가운데 최고령이다. 호랑이 수명은 보통 15∼20년으로 사람으로 치면 80세가량 산 셈이다.

백두는 올해 2월부터 식욕을 잃고 꼬리를 늘어뜨린 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극심한 노화현상을 보여 왔다. 국립수목원 측은 백두가 노화에 따른 주요 기능 저하로 폐사한 것으로 보고 서울대 수의과대에 부검을 의뢰했다.

백두는 1994년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중 우호의 표시로 암컷 ‘천지’와 함께 기증받아 국내로 들어왔다. 천지는 지난해 5월 폐사했다. 둘 사이에 2세를 기대했으나 10년에 걸친 번식 시도는 실패했다. 백두에게 비아그라를 먹이기도 하고 호랑이 교미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교미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백두는 박제표본으로 제작돼 산림생물표본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약 50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있다. 일부 동물원에서 번식에 성공했지만 산림청은 정부 차원의 종 번식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는 2005년 중국에서 들여온 백두산호랑이 한 쌍 중에서 현재 수컷 ‘두만’(열 살)만 남았다.

포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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