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친북사이트 급증…초중생 운영 13.2%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0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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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법 효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는 친북 사이트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다음 등 유명 포털에 친북 카페를 개설해놓고 해외 친북사이트에서 퍼온 사진·동영상을 그대로 배포하는 경우도 많아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차단하고 운영자를 사법처리하는 등 경찰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 법망 피한 친북사이트 127개…SNS도 기승 = 30일 경찰청이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신학용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약 11년간 경찰이 적발한 해외 친북 사이트는 127개로 이 중 88개를 차단 조치했다.

경찰이 차단한 해외 친북 SNS 계정도 219개로 친북 사이트와 SNS 계정을 모두 합치면 같은 기간 폐쇄한 국내 불법 카페 수(292개)를 넘어선다.

이는 친북 사이트들이 국가보안법(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등 혐의)을 피해 해외에서 주로 활개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친북 사이트는 서버 등 인터넷 통신 기반을 해외에 둔 사이버 공간으로, 제작자가 국내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국내에 제작자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지만 해외에 체류 중인 경우엔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올해 들어 연말까지 해외 친북사이트에 게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친북 게시물은 약 2만8700건으로 지난해의 배 이상 수준이다.

연도별 해외 친북사이트 적발 건수는 2007년과 2008년에 각 9건이지만 2009년에 10건, 2010년 16건, 올해 들어 10월까지만 22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 친북 사이트 적발 건수는 미국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29건, 중국이 19건, 북한이 북한 5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친북 SNS는 지난해 처음으로 33건을 차단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10월까지만 무려 186건을 차단했다.

◇ 친북카페 폐쇄·차단 요청…운영자 사법처리 = 경찰청 보안국은 최근 국내 포털에서 운영 중인 친북 카페와 해외 사이트에 대한 수사 결과 다음에 운영 중인 카페 '임시OO', '통일OO'을 폐쇄하고 해외 친북사이트인 'OO연구소', '재미OO'을 차단해달라고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 1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사이트와 관련해 이적 혐의가 드러난 운영자나 게시자에 대해선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진행 임시OO 회원 27명을, 통일OO 회원 5명을 입건하고 나머지 혐의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486명의 회원을 확보한 임시OO는 연평도 포격 이후 폐쇄된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이하 사방사)'의 후신으로 1300여건의 친북선전물이 게재됐다. 회원수 1416명의 '통일OO'에 올라간 친북 선전물도 1만1000여건에 달한다.

이들 카페에는 '우리 국민의 아버지이고 민족의 영웅이신 김일성주석과 김정일장군님 만세'라는 표현 등이 담겨 있고 '김정일 장군님은 누구실까'라는 제목의 연재글이 52회에 걸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검거된 피의자 중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링크한 친북사이트가 차단되자 방문객을 또 다른 클라우드 서버 형태의 해외친북사이트로 유도한 사례도 있다.

최근 11년간 폐쇄된 국내 불법 카페는 292개로 삭제된 게시물은 17만여건이었다. 이와 관련된 불법활동을 하다 사법 처리된 사람은 195명이다.

사이버상의 보안 침해 행위는 최근 급증해 최근 3년간 폐쇄된 안보 위해 카페 또는 사이트만 281개나 됐다. 이중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가 115개(40.9%)로 가장 많았고 다음 97개(34.5%), 싸이월드 21개(7.5%) 등 순이다.

◇'사방사' 회원 건재…연평도에 이적표현물 = 이미 폐쇄된 종북카페 사방사의 회원인 '철기전사(인민군)'들은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활동을 계속하는 정황이 경찰에 속속 포착되고 있다.

'철기전사'는 사방사의 일반회원 300여명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찬양하는 일종의 총성맹세문인 '님에게 바치는 시'를 작성한 사람들이다.

사방사 회원이었던 정모 씨(44)는 연평도에 주거 공간을 마련해 머물면서 "연방제 통일방안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정당한 통일방도"라는 내용을 담은 이적표현물을 연평도에 유포하는 등 친북 활동을 계속하는 혐의가 짙어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방사는 훈련병사, 철기전사, 살수전사, 안시전사, 선봉전사, 사령도사 등 회원 등급을 두고 있다.

경찰은 사이버 공간에서 친북 활동을 하는 사람 중 교사, 공무원, 군인 등 확고한 안보관을 가져야 할 직업군까지 포함된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초·중학생이 운영한 사이트 수가 13.2%나 돼 학생에 대한 안보교육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통상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에서 방문자 수를 늘리고자 친북 선전문을 올려놓은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사이트는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해외친북사이트에 게시된 사진, 동영상 등 선전물을 그대로 내려받아 북한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보안 사이버 수사 전문 요원을 증원하고 심각한 행위자에 대한 수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은 "해외에 서버를 둔 친북사이트가 급증하는데 국정원이나 경찰 모두 내국인 활동 현황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며 "접속 차단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만큼 외국 정보 당국과 공조 수사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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