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옹진군 북도면 4개 섬 주민들, 영종도 오가는 여객선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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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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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5시경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 선착장에서 차량과 주민들이 인천으로 가는 세종해운 여객선(차도선)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은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오후 9시 10분 영종도 삼목 선착장을 출항하는 여객선을 운항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옹진군 제공
26일 오후 5시경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 선착장에서 차량과 주민들이 인천으로 가는 세종해운 여객선(차도선)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은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오후 9시 10분 영종도 삼목 선착장을 출항하는 여객선을 운항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옹진군 제공
“섬 주민들의 생활불편 해소를 위해 여객선 운항을 야간에 한 차례(1항차) 해 달라는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독점 운항에 따른 폐해이자 해운선사의 횡포입니다.”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 북도면 주민 1000여 명이 영종 삼목도∼신도∼장봉 여객선의 야간 연장 운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항로를 운항하는 세종해운은 야간 운항에 따른 옹진군의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며 운항을 거부하고 있다.

1999년부터 이 항로를 운항해온 세종해운은 여객선 1대와 도선 2대를 이용해 하루 10여 차례 삼목선착장과 섬을 오가며 주민과 차량을 운송하고 있다.

○ “방과 후 수업커녕 학원도 못 다녀”


현재 북도면 섬에는 중고교가 한 곳도 없다. 이들 섬의 중고교생 50여 명이 배를 타고 영종도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문제는 이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의 마지막 배가 오후 6시 10분에 영종도 삼목선착장을 출항해 섬으로 떠난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오후 5시 정규수업을 마치면 출항시간에 맞춰 서둘러 가방을 싸고 선착장으로 달려가기 일쑤다. 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물론이고 1시간 강의하는 학업 수업조차 받기가 어렵다. 일부 주민은 빚까지 내가며 자녀에게 영종도에 월세나 전셋집을 얻어주는 실정이다.

중학생인 오모 양(14)은 “친구들은 정규수업이 끝나면 자신의 특기적성을 살리기 위한 방과 후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북도면 섬 학생들은 집에 가기 바쁘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생활 불편은 더욱 크다. 병원을 자주 찾는 노인들은 1시간 진료를 받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섬을 떠나야 배편에 맞춰 집에 돌아올 수 있다.

포도농사를 짓는 이지영 씨(48)는 “한창 포도를 수확해 내다 팔 때 하루 종일 밭에서 일을 하지만 오후 6시 30분이면 끊기는 배 시간에 쫓겨 농사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며 “마지막 배를 타고 나가 인천구월농산물시장과 삼산농산물 시장에 포도를 내다 팔려면 하룻밤을 인천에서 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1억 원짜리 전셋집을 인천 시내에 얻어주는 등 이중 살림을 하고 있다.

○ 야간운항 협의 난항, 주민 집단 반발


인천 옹진군은 야간 운항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야간 운항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올 1월 조례까지 만들어 7000만 원의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세종해운 측은 3월 연간 4억2500만 원을 요구하다 9월에는 다시 5억1400만 원을 지원금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장 기관장 육상직원 등 모두 9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7000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배를 띄울 수 없다는 것.

해운선사가 야간 운항을 거부하자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해운법 9조에 명시된 여객선 이용객들에 대한 고객만족도 평가를 실시해 잘 못하는 선사에 대해서는 수송수요인원과 상관없이 새로운 경쟁선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해운선사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800명의 서명을 받아 국토해양부에 이달 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최근 독점 운항에 따른 주민 불편이 심각하다는 민원에 따라 전국의 주요 섬을 운항하는 134척의 연안여객선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신도 시도 모도 지역협의회는 관계자는 “여객선 야간 운항은 신도∼영종 연륙교 설치 때까지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 중구 무의도는 여름철 오후 8시 반까지, 겨울철 오후 7시 반까지, 강화군 석모도는 주민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오후 8시 반까지 야간운항을 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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