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가니 세탁기 장면 실제 있었다”… 피해학생 경찰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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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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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사실 발설말라” 교사가 학생회 간부 시켜…당사자들은 혐의 부인

영화 ‘도가니’
영화 ‘도가니’
올해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엔 교장의 내연녀인 여교사가 질투심에 불타 성추행 피해 여학생의 머리를 세탁기에 집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단지 영화 속 장면에 불과할까.

광주지방경찰청은 25일 광주 인화학교의 성범죄 피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 A 씨를 폭행교사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성폭행 및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2005년 6월 ‘성추행을 당한 C 양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도록 하라’며 학생회 간부 B 군을 시켜 C 양을 세탁기에 넣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교사의 질투라는 영화 속 설정과는 달리 남교사의 성추행 은폐가 동기지만 피해 장애인 학생을 세탁기에 넣으려 한 범행 내용은 비슷하다.

C 양은 현재 “B 군이 세탁기에 나를 집어넣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머리만 집어넣었다”고 진술했다가 “팔만 집어넣었다”고 바꾸는 등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C 양의 장애 정도가 심해 구체적인 정황을 일관되게 진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군은 “A 교사가 시켜 때리기는 했지만 세탁기에 집어넣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 역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 씨가 C 양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B 군에게 사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인화학교 법인인 우석 측 관계자가 사건이 밝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폭행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로부터 기존 성범죄 피해 학생 12명 이외에도 학생 11명이 1991∼2004년 성폭력과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넘겨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 중 8명이 교사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 기간에 당시 교사였던 3명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이 건은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처벌은 불가능하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광주지방경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2008년 1월 구속된 인화학교 전 교장의 피해자 합의금 중 3000만 원을 인화학교 운영재단인 우석이 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해야 할 후원금에서 빼내 건넨 사실을 확인해 우석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우석이 2008년 성폭력 피해 학생들의 편에 섰다 해고된 교사가 제기한 행정소송 진행 비용을 장애인 고용촉진 장려금 2600만 원에서 유용한 것도 확인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우석 측이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간호사 등 3명을 채용해 기계부품 조립 과정에 투입했고 성폭행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전 교장이 퇴직금과 연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도 밝혀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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