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조폭에 위축된다면 경찰이 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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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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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조폭 난투극’ 미온대처-허위보고 감찰 지시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인천 조직폭력배들의 유혈 난투극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책임을 물어 인천지방경찰청장과 본청 수사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을 지시했다. 경찰청에 사건 발생 후 3시간 20여 분이 지나서야 ‘폭력조직 간 단순 충돌’로 축소보고됐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현장 경찰관들의 미숙한 초동 조치뿐만 아니라 상급 기관에 축소·허위보고가 올라와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격노했다.

조 청장은 24일 기자들에게 “인천 조폭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충돌로 보고받았는데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칼부림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며 “경찰이 적당히 덮고 감춘 것으로 보여 보고 체계 전반을 샅샅이 감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조폭에게 위축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자기 할 일을 소극적으로 한 사람은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21일 벌어진 인천 조폭 사건은 초동 대응의 안일함과 보고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신간석파와 크라운파 조직원 수십 명은 흉기 난동 2시간 전인 오후 10시부터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서로의 세를 과시하며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신고를 받고 순찰차 2대가 출동했지만 관할 지구대 순찰팀장이 “조폭들끼리 싸우는 것 같으면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라”고 지휘해 얼마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다 20여 분 뒤 “깡패들이 싸운다”는 신고가 다시 들어와 형사 5명이 현장에 갔을 땐 이미 양쪽 조직원 100여 명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오후 11시 50분경 신간석파 K 씨(34)가 크라운파 L 씨(34)를 흉기로 찔렀다. 추가 경찰력 200여 명은 그 후 50여 분 뒤에야 투입됐다.

경찰은 L 씨의 어깨 등을 흉기로 두세 차례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K 씨를 구속하고 폭행에 가담한 양측 조직원 23명을 24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국 지방청에 조폭 전담수사팀을 만들어 올해 말까지 집중단속하기로 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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