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어머니 “내일이라도 용의자 데려와 재판 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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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이태원살인사건' 스틸컷)
(사진=영화 '이태원살인사건' 스틸컷)
"나라가 있으나마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용의자 둘 중의 하나가 무죄면 나머지 하나가 범인일 것 아니에요. 어린아이한테 물어봐도 그건 알아요. 그렇게 머리 좋다는 수재들이 검찰이며 법원에 있다는데…"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69)는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일이라도(용의자를) 데리고 와서 재판을 했으면 한다"며 애타는 심경을 털어놨다.

미 군속의 아들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이 최근 미국에서 체포돼 한국 송환을 위한 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이씨는 "꼭 한국 법정에 세워서 사람을 죽인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들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14년간 시민단체와 검찰, 국회등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사건 진척 상황이 궁금해 틈틈이 법무부에 전화해 오던 터였다.

이씨는 "지난 8월 법무부에 전화를 걸었을 때 (패터슨이) 구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쫓아다니고 물어보고 해야 답을 하지 먼저 전화가 온 적도 없었다. 물어보면 매번 `소재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2009년 사건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져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패터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그는 "검찰이 미국에다 신병 요청을 이미 한 줄 알았지 그렇게 손놓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며 "출국금지 연장을 안해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도 기가 막히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예고편만 봐도 떨리고 분해 영화도 보지 않았다"는 그는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해 "학교 다닐 때 나쁜 일이라곤 해본 적 없던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울지도 않아 사람들이 `복덩이 났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도 우리 애 얘기만 하면 사지가 덜덜 떨려요. 몸은 아프고 늙어가는데, 이것도 해결 못 하고 가면 어쩌나 걱정이었어요. 가슴 한쪽이 매일같이 눌리는 기분이었어요."

이씨는 최근 미군의 성범죄 소식을 접하고 아들 생각이 나 분하고 억울했다고 했다.

"내가 경찰이라면 고시원에 들어가 우리나라 여고생을 성폭행한 미군을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놓고 미군더러 데리고 가라고 할 거 같아요. 언제까지 SOFA(한미 주둔군지휘협정) 타령만 할 건가요? 우리 애 사건 때도 보면 다들 SOFA 얘기만 해요. 정말 분해 죽겠어요."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투쟁을 통해 배상금 지급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그는 "자식이 죽고 가정이 파탄되다시피 했는데 돈을 받아서 기쁘겠냐"며 "국가가 잘못을 인정한 것 한 가지만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패터슨이 '꿈을 꾸면 중필이가 나온다'고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시 만난다면 잡아 뜯어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영화 `도가니'로 온 국민이 들끓는 것을 보고 중필이도 많이 생각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용의자를 데려와 재판정에 세운다면 우리 가족과 중필이의 한도 조금이나마 풀리고 국민도 한국의 법이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겁니다."

이씨는 "중필이가 공부를 잘해 이동통신사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다. 살아있었으면 올해 서른일곱이니 결혼해서 애 낳고 자기 친구들처럼 대기업 다니고 있을텐데…"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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