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며늘아기야, 휴가는 같이 가자”… “어머님, 저도 좀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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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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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큰 소리 지르기 대회’

정리아 할머니가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송파근린공원에서 열린 ‘어르신 큰 소리 지르기 대회’에 참가해 “아들아! 용돈 좀 더 다오!”라고 외치고 있다. 송파구 제공
정리아 할머니가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송파근린공원에서 열린 ‘어르신 큰 소리 지르기 대회’에 참가해 “아들아! 용돈 좀 더 다오!”라고 외치고 있다. 송파구 제공
“내 다리 아직 튼튼하다! 휴가는 꼭 같이 가자!”(시어머니)

“어머님! 아가씨만 챙기지 마시고 저도 사랑해주세요!”(며느리)

시어머니가 있는 힘껏 외치자 며느리도 목이 갈라질 정도의 큰 소리로 답했다. 덩달아 옆에 있던 손자가 할머니에게 “장난감 좀 많이 사주세요!”라고 외치자 관객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시어머니 김은순 씨(52)와 며느리 정은해 씨(26), 손자 양정우 군(6)은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송파근린공원에서 열린 ‘어르신 큰 소리 지르기 대회’에 참가해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김 씨가 “사실 올해 여름휴가는 함께 다녀왔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옆에 있던 정 씨는 “원래 시어머니가 나를 끔찍이 예뻐해 주신다”며 “올해 고3 수험생인 아가씨 걱정 말고 힘내시라고 어머님께 애교를 부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대회는 송파구가 주최한 경로의 달 행사 중 하나로 올해 두 번째 열렸다. 지난해 대회와 달리 올해는 삼대가 함께 참여하는 소리 지르기 코너를 마련하고 어린이, 주부가 함께 나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크게 외치는 자리도 새로 만들었다. 본선에는 65세 이상 어르신 20명이 참가했다. 송파구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병원 응급차를 대기시키고 인근 병원에서 나온 간호사가 참가 어르신들의 혈압을 일일이 재기도 했다.

본선 무대에 오른 어르신은 저마다 다양한 말을 힘껏 쏟아냈다. 최고령 참가자 박미심 할머니(86)는 손녀딸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손자 사랑을 전했고 정리아 할머니(71)는 “아들아! 용돈 좀 더 다오!”라고 외쳐 객석에 모인 200여 명의 박수 세례를 받았다. 올해 우승자는 비행기 소음(120dB·데시벨)을 뛰어넘어 무려 130dB을 기록한 김종덕 씨(66). 평소 건강유지를 위해 한 번에 턱걸이 30개씩 한다는 김 씨는 평소 좋아하던 이미자의 노래가사를 외쳤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김 씨는 “우리 노인들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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