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최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전사태의 원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최 장관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는 명백한 인재(人災)임이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관리감독이 허술했고, 한국전력거래소는 지경부에 예비전력량을 허위로 보고했다. 또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을 연장한다는 정부 공문을 무시했다.
○ 정전 원인은 ‘허위보고’와 ‘늑장대응’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15일 정전 사태의 책임을 ‘허위 보고’한 전력거래소에 돌렸다. 최 장관은 “당시 공급능력을 7071만 kW로 판단했으나 실제는 6752만 kW로서 약 319만 kW의 편차가 발생했다”며 “실제 전력 수요가 6728만 kW까지 올라가 정전 사고 당시 실제 예비력은 24만 kW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편차가 발생한 것은 발전기가 처음 예열 상태를 거쳐 발전 상태로 가려면 5시간 동안 예열해야 하는데 예열하지 않은 상태의 발전용량을 공급능력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미리 발전기를 예열하지 않아 202만 kW의 전기를 제때 생산할 수 없었다. 또 여름철에는 발전기가 기존 용량보다 전력을 적게 생산하기 때문에 117만 kW의 전기를 덜 생산했다. 결국 전력거래소가 지경부에 보고한 공급전력 중 319만 kW는 ‘생산할 수 없는 전력’이었던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력거래소가 모니터상에 나오는 수치와 실제 공급량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도 충분한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회견 후 전력거래소는 “발전소의 실제공급능력과 모니터상의 기록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전 당시 ‘예비전력이 100만 kW 이하일 때에만 단전할 수 있다는 매뉴얼을 무시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매뉴얼대로 단전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지경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조치를 미리 취하지 않은 점은 엄중한 문책 대상이다. ○ 합동점검반 구성… 피해보상도
최 장관은 또 “8월 31일자로 하계 비상대책기간을 3주간 연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전과 한전의 발전자회사에 보냈기 때문에 발전기의 정비를 연기했어야 했는데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며 해당 기관의 잘못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공문을 5일에 한전을 통해서 받았다”며 “공문의 내용에는 발전기 정비를 중단하라는 말이 명시적으로 없었던 만큼 단순히 대책기간을 연장하고, 예비전력을 관리하라는 의미로만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총리실, 지경부, 행안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한국전력, 전력거래소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한 뒤 피해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소비자단체와 중소기업중앙회, 회계사 및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피해보상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피해 여부에 논란이 있을 경우 피해보상위원회에 상정해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피해를 본 개인 및 사업주들은 20일 오전 9시부터 전국의 ‘피해신고센터’에서 보상신청을 하면 된다. 각 신고센터의 위치 및 신고 방법은 국번 없이 12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국 189개의 한전 지점 및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및 각 지역본부,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을 직접 방문해 신고가 가능하다.
한편 지경부는 이날 최 장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을 통제해 빈축을 샀다. 지경부 측은 “장관이 사퇴 여부를 직접 밝히겠으니 이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