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m山들이 저기 발 아래…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 2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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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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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길 낭떠러지 지나 산드루패스로… 악천후 속 행군-비행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날 수 없다.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에 나선 원정 대원이 지난달 23일 산드루패스 인근에서 하늘을 날고 있다. 그러나 이후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드루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날 수 없다.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에 나선 원정 대원이 지난달 23일 산드루패스 인근에서 하늘을 날고 있다. 그러나 이후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드루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며칠간 강풍이 불고 궂은 날씨가 계속되자 원정대원들은 비행에 적합한 지역을 향해 도보 행군에 나섰다. 산드루패스 인근 초원지대를 걷고 있는 대원들. 양 떼와 목동들이 이들을 반겼다. 산드루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며칠간 강풍이 불고 궂은 날씨가 계속되자 원정대원들은 비행에 적합한 지역을 향해 도보 행군에 나섰다. 산드루패스 인근 초원지대를 걷고 있는 대원들. 양 떼와 목동들이 이들을 반겼다. 산드루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신들의 마음이 변한 것일까.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비행에 나선 대원들의 전진이 악천후 속에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비행을 한 이후 계속 날씨가 좋지 않았다. 대원들은 간간이 비행을 시도하고 때로는 걸으며 다음 비행을 위한 장소로 이동 중이다. 대원들은 6일 현재 파키스탄 북부 산드루패스를 지나 훈자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때로 7시간이 넘게 도보로 강행군을 했다. 파키스탄에는 험준하기로 이름 높은 K2(8611m)를 비롯해 전 세계 8000m급 14좌 중 5좌가 있다. 7000m를 넘는 산이 137개에 이른다. 그 산들의 한가운데로 가고 있다. 거대한 빙하도 기다리고 있다. 길이 75km에 이르는 시아첸 빙하를 비롯해 광대한 빙하지대가 있다. 원정대는 이 가운데 길이 52km의 히스파르 빙하를 9월 중 통과할 예정이다.

첫 비행을 마친 지난달 22일 늦은 밤 마스투지에서 다음 목적지인 산드루패스로 이동하던 길은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였다. 갑자기 원정대원을 태운 차가 경적을 크게 울리며 급정거했다. 험준한 길에 시달린 오른쪽 뒷바퀴가 펑크 난 것이다. 오른쪽 바로 옆의 아찔한 절벽.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23일 박정헌 대장(40)과 홍필표(44) 함영민 대원(41)은 산드루패스 방향으로 약 10km를 날았다. 산중턱에 내린 대원들에게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이방인 같았을 것이다. 피곤에 지친 대원들에게 주민들은 마실 물과 사과 포도 등을 건넸다. 이날 밤 모두가 침낭 속에서 잠을 잤다. 이때 박 대장이 처음으로 술을 꺼냈다. 나중에 빙하지대를 통과할 때 그 빙하의 얼음과 함께 마시려고 했던 술이다. 다른 대원들은 박 대장이 술을 가져왔는지 몰랐다. 지쳐가던 대원들의 얼굴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몇 순배 돌다 보니 홍 대원은 이제 세 살인 늦둥이 딸이 보고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섯 살 딸을 두고 온 함 대원은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딸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딸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어느 순간 손전등 불빛 사이로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이 살짝 보였다. 함 대원은 볼륨을 높인 채 밤늦도록 딸의 동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이국의 산 속에 여섯 살 소녀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아침 햇살이 퍼지자 어둠 속에 가려 있던 산드루패스의 광활한 초지와 호수, 병풍 같은 산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당나귀와 염소 양 소가 많아 동물의 배설물이 많았다. 걸을 때 조심해야 했다.

지난달 26일 밤새도록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요란했다. 모두 놀라 텐트와 장비를 점검했다. 무서웠다. 31일까지 강풍이 계속된다는 예보가 들려왔다. 27일 비행을 시도했지만 겨우 2km 정도 날았다. 대원들은 비행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계속 걸었다. 초지엔 수천 마리의 가축이 떼 지어 다녔다. 강에는 송어가 많았다. 한 낚시꾼이 자신이 잡은 송어를 들어 보였다. 걷고 걷다가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밀 수확이 한창이다. 돕겠다고 했더니 농부가 깜짝 놀랐다. 이내 낫을 건넸다. 대원들은 낯선 곳에서 밀 수확을 도와주고 떠났다.

8월 말까지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에서 파키스탄군과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탈레반의 전투로 수십 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대원들과 멀지 않은 곳이다. 대원들은 악천후와 지역 분쟁 속에서도 묵묵히 전진하고 있다.

산드루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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