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수시 전공적성검사 ‘올인’… 학원 문전성시

  • 동아일보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모두 하위권인 대입 수험생 중엔 수시 전공적성검사 전형에 ‘올인’(다걸기) 하려는 학생이 적잖다. 전공적성검사는 문제가 객관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보다 비교적 단기간에 대비가 가능한 데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적용하지 않아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전공적성검사는 수능이나 논술처럼 깊은 수준의 지식을 요하기보단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직관적,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한 시험.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으로 구성되는데, 전체적인 난도가 교과서 예제문제 수준이라 학생들은 통상 문제집으로 혼자 전공적성검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요즘 사정이 좀 달라진 모양이다. 전공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지난해보다 4곳 늘어나고 선발 인원도 10% 이상 확대된 상황. 이른바 ‘한 방’을 꿈꾸며 전공적성검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탓인지 전공적성검사 전문학원은 요즘 문전성시를 이룬다. 일부 학생들은 과외까지 받으며 전공적성검사를 준비한다는데…. 고3 수험생인 A 군(18·서울 강남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7등급을 밑도는 A 군. 공부와는 거리를 두고 놀기만 했던 지난날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수능 점수로 대학 가긴 어렵다고 생각한 그는 전공적성검사에 승부수를 띄웠다. 5월 학원에 등록한 이후로 그는 수능 공부는 전연 하지 않는다. 하루 4시간 전공적성검사 문제집만 파고든다.

학원 수업은 기초반, 실전대비반, 대학별 강의 등으로 이뤄져 있다. A군은 이 중 5개 강의를 듣는다. 3시간 반씩 이뤄지는 강의당 수업료는 월 약 28만 원. 인근의 다른 학원보단 저렴한 편이란다. 수강생은 한 강의에 100명 남짓. 5월에만 해도 40∼50명이었는데 6월부터 점차 학생이 늘어나 이젠 강사에게 질문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학원에선 무얼 가르칠까. “대학별 기출문제 풀이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돼요. 보통 60분에 80문제를 풀어야 하니까 문제 빨리 푸는 기술을 주로 배우죠. 예를 들어 수리영역의 수열 추리 문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피보나치 법칙에 대해 배우거나 ‘수열 문제는 두 번째 숫자부터 봐라’ 같은 요령도 들어요. 언어영역은 사자성어나 속담 뜻 알려주고…. 언어는 사실 혼자 외워야 할 게 많아서 학원에서 크게 배우는 건 없어요.”(A 군)

그 정도는 스스로 공부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긴 한데 혼자 집중하기 어렵고, 어쨌든 학원이 있으니까 다니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학원에 다닌 후로 실력은 늘었단다. 예전엔 80문제 풀면 20∼30개 맞혔는데 이젠 40∼60개는 맞힌다.

최근엔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전공적성검사 과외강사도 구했다. 강사는 3, 4년 경력의 대학 휴학생. 일주일에 2번 4시간씩 수업하기로 했다. 과외비는 한 달 기준 60만∼80만 원 선에서 협의 중이다.

여름방학 동안 전공적성검사 학원에 다니려고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학생들도 상당수였다고. 경남 창원시에 사는 고3 B 군(18)이 그런 예.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4∼6등급인 B군은 친척 집에 머무르며 학원에서 기초반과 대학별 강의 6개 수업을 들었다. B 군처럼 서울에 연고가 없는 지방 학생들은 한 달에 30만∼50만 원을 내고 고시원에서 지내기도 한단다. 다음은 B 군이 밝힌 상경의 이유.

“난도 높은 문제들은 혼자 준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올라왔죠. 거듭해 훈련하다 보니 정답률도 높아졌어요. 수능은 공부를 해도 바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전공적성검사는 조금만 공부하면 점수가 오르는 게 보이니까 ‘할 맛’이 난달까. 수시 1차에서 수능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수도권 대학 전형에 합격하는 게 목표에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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