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자율고? 일반계고?… 어느 中3 딸과 엄마의 고민

  • 동아일보


《중3과 학부모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고교선택제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2012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 전형요강’을 발표하면서 고교지원 전략을 놓고 본격적인 두뇌싸움이 시작됐다. 중3과 학부모는 고교지원에 따른 다양한 ‘함수관계’를 따져보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 강남에 사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고민을 할까? 서울 강남의 한 여중에 다니는 3학년 조모 양(15·이하 딸)과 어머니 강모 씨(57·이하 엄마)는 얼마 전 고교선택제를 둘러싸고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모녀가 나눈 대화.》

엄마 우리 딸은 치대 진학이 목표니까 서울지역 자율고(자율형 사립고)가 좋지 않을까? 얼마 전 기사를 보니까 지난해 의·치대 진학성적에서 자율고가 발군이던데…. 수능 응시인원 대비 합격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교 중 6곳이 자율고였어.

글쎄…. 기말고사 때 수학 서술형 문제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성취도 ‘미’ 나왔잖아. 그래도 성적 20% 안에 드니까 가능할 수는 있겠네. 하지만 내신 성적 상위 50% 이내 학생을 추첨해 뽑으니까 ‘복불복’ 아냐?

엄마 나도 글쎄…. 서울에 있는 자율고 26곳 중에 여고는 3개야. 남녀공학을 합해도 상위권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율고는 7곳뿐이라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 내신경쟁이 더 치열하다던데. 입학 이후가 문제겠지.

오늘 학원선생님이 성적 턱걸이해서 자율고 갈 바엔 일반계고 가서 내신을 잘 챙기는 게 유리하다고 하더라. 입학 후에 성적이 상위권에서 중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고 적응 못해서 일반계고로 전학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엄마 내신이 중요하긴 해. 하지만 자율고는 똘똘한 친구들이랑 경쟁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가 있잖아?

친구들은 다 일반계고로 간다던데. 절친(절친한 친구) 3명이랑 헤어지면서까지 자율고 가야 돼? 낙엽만 떨어져도 눈물이 핑 돌 나이라고! 친구랑 헤어지면 밥은 누구랑 먹는데?

엄마 일반계고면 A고?

응. 그런데 거기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자율고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분위기가 많이 흐려졌다고 하더라. 근데 꼭 A고 아니라도 다른 지역 학교에 지원할 수 있잖아.

엄마 굳이 다른 학군에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말해 명문고로 불리는 학교라도 일반계고라면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고등학생 딸이 1시간 걸려 학교에 가는데 맘 편한 부모가 어디 있겠니. 지난해 고교선택제에서 96% 정도가 거주지역 학교에 갔다는 결과도 같은 맥락이겠지. 그래서 내년에는 고교선택제도 없어질 거라고 하던데.

자율고든 일반계고든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최상위권이 몰리는 치대입시는 ‘누가 더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 덜 실수하나’의 싸움이니까 말이야.

엄마 지금은 치대에 가고 싶지만 아직 중3이니 진로가 바뀔 수도 있잖아? 요즘 입학사정관 전형 때문에 비교과 활동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학교가 진학에 유리하다던데. 그럼 자율고가 유리하려나?

교외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지 않으니까, 중요한 건 교내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이거든. 그럼 일반계고가 유리할 수도 있겠는걸?

엄마 자율고와 일반계고가 전부가 아냐. 교과과정의 45% 이상을 과학·수학 교과로 이수한다는 과학중점학교도 괜찮을 것 같고, 자율형 공립고도 간과할 수는 없지. 아, 복잡하구나.

나도….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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