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희망버스 세웠다, 이젠 조남호 회장 나서라”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주활동 이유 청문회 불참
46일째 해외에 머물러… “귀국 회피” 여론 들끓어

공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0·사진)에게로 넘어갔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회사의 대표이자 오너인 조 회장이 하루빨리 귀국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회장은 6월 17일 해외 출장길에 올라 1일 현재 46일째 외유 중이다. 출국 직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청문회 증인 출석요구에 대해 “6월 17일∼7월 2일 일본과 유럽에 출장이 있어 출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해 놓고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 측은 “조 회장이 해외에서 계속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현지에서 일정을 늘렸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회장이 당초 출장 일정을 한 달이나 넘겨 귀국하지 않자 복잡한 국내 사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회장에 대한 부산지역 여론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단위사업장 노사문제가 사회 갈등으로까지 치닫게 된 데는 오너인 조 회장의 책임이 크다”며 “갈등의 불씨를 뿌린 조 회장은 빨리 귀국해 청문회에 응하고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창우 씨(38·부산 북구 구포동)는 “무슨 급한 일로 조 회장이 40일 넘게 해외에 체류하는지 모르지만 가장 급한 일은 한국에서, 자신의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해외에 머물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 본사가 있는 부산 영도구의 주민 최모 씨(51)는 “정리해고에 따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불법 고공시위와 ‘희망버스’ 행사 등 갈등사태를 촉발한 장본인 중 한 명은 바로 조 회장”이라며 “영도 주민과 부산시민을 힘들게 해놓고선 정작 당사자는 외국을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도 “전국의 경찰력이 물난리가 난 수도권에 지원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희망버스 때문에 수많은 경찰이 부산에 투입됐다”며 “한진중공업 문제는 당사자인 조 회장이 즉시 귀국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 지도위원을 비롯한 고공크레인 농성자들이 먼저 농성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국회 청문회에 조남호 회장을 세울 수 있다는 뜻에 변함이 없다며 민주당에 이 같은 방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먼저 청문회를 열어 사태를 해결하면 (농성자들이) 내려오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성의가 부족하다.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진중공업 진상조사를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손학규 대표는 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해외로 도피한 조 회장에 대한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진중공업 5대 의혹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진상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에 앞서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설립 과정에서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하고, 필리핀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한진중공업 근로자를 불법 해고했다는 등 ‘5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조선(造船)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의 파업으로 2009년 이후 신규 수주가 끊겼지만, 지난달 처음으로 수주를 재개하기도 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