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마음 다잡고… 천주교 신자지만 진관사 방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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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의 순간마다 머물며 사색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25일 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진관사를 찾아 경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달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시장 직 사퇴를 포함한 정치적 행보를 고민했다고 한다. 이 고민에는 대선 출마 포기 선언 여부까지 포함돼 있다.

천주교 신자인 오 시장이 진관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민선 시장에 당선된 직후 처음 찾았고 지난해 12월 무상급식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자 의회 불출석을 결심할 때도 이곳에 왔다. 오 시장은 종교를 떠나 중요한 결단의 순간에 진관사에서 생각을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한나라당에 강력한 의지를 밝히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은 2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주민투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오전 3시에 잠에서 깼다는 오 시장은 26일 아침 진관사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이번 주민투표는 과잉 복지와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의 선택을 묻는 절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전면 무상급식을 ‘밥 한 끼 먹는 문제’로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문제라는 것을 국민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국민이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번 투표의 의미를 충분히 알리는 노력을 한다면 투표율이 (개표가 가능한) 34%를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후손을 고려한 복지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한 가정이 집을 사려면 상당 기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참아야 하는 것처럼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려면 고비마다 산통(産痛)을 극복해야 한다”며 “표를 의식한 과잉복지는 향후 10∼20년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8일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할 예정이다. 주민투표는 다음 달 24일 실시되며 유권자들은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 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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