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최후의 만찬’ 될 뻔… 中 관광객 80여명 휴일 폭우속 한강서 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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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임질 것” 각서 쓰고 강행… 119 구조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리던 3일 오후 3시경. 중국인 관광객 80여 명이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잠두봉 선착장 2층 M중국식당으로 몰려왔다. 호우경보가 내린 이날 서울에는 시간당 43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식당 사장 손모 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위험해서 영업할 수 없으니 돌아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한 달 전에 예약했다. 인명사고가 나도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각서까지 쓴 뒤 식당으로 들어섰다.

오후 5시경 둔치와 선착장을 잇는 10여 m 다리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식사는 계속됐다. 식당 사장과 종업원은 차오르는 물을 보고 불안해졌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한강에서 만찬을 즐겼다. 일부 중국 관광객은 차오르는 물을 보고도 “튜브를 타고 나가면 된다”고 여유를 부렸다. 결국 눈앞에서 다리가 완전히 사라진 오후 10시경 119에 신고를 했다.

119구조대는 구조정을 동원해 인근 망원 선착장까지 서너 차례 왕복한 끝에 오후 11시경 이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식당 사장과 직원 등 6명은 뒷정리를 위해 선착장에 남았다. 마포소방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워낙 강하게 요구해 식당 측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영업을 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최후의 만찬이 될 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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