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철길 29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국철 1호선 공사 현장. 이 사고로 1500t 분량의 흙더미가 중랑천변까지 40m 가까이 흘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산사태로 철길이 없어진 흔적이 선명하다(붉은 원 부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9일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200mm 이상의 장맛비가 쏟아져 2명이 숨지고 급류에 휩쓸린 30대 남자가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30일에는 장마전선이 약간 남하하겠지만 곳에 따라 12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 서울-경기북부 간선교통 큰 혼잡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경원선 공사 현장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바로 옆 마들길을 지나던 차량 3대가 한꺼번에 흙더미에 파묻혔다. 이 중 그랜저XG 운전자인 유모 씨(48)가 매몰 충격으로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SM7 운전자 김모 씨(48·여)와 동승자인 아들 임모 씨(22), 스타렉스 차량 운전자 오모 씨(39) 등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흙더미는 1500t 분량으로 철로와 마들길을 덮친 것은 물론이고 도로 아래쪽의 중랑천 자전거도로까지 모두 뒤덮었다. 이로 인해 성북역∼도봉산역 구간의 국철 1호선 운행이 오후 6시 10분까지 5시간여 동안 중단됐다. 또 동부간선도로∼월계1교 구간도 4시간 동안 전면 통제돼 서울과 경기 북부를 잇는 간선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
이날 사고는 국철 선로를 옮기려고 초안산 일부를 깎아냈다가 최근 태풍 등으로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발생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호우가 예고됐는데도 산사태 방지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을 찾은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배수로를 가로 방향으로만 만들어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로 방향 배수로만 만들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전형적인 인재”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시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오후에는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중랑천에서 70대로 추정되는 여성 익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 가평군 상면 덕현리 조종천에서도 전날 동료들과 물놀이를 하러 온 동모 씨(36)가 실족한 뒤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구조대를 현장에 보내 동 씨를 찾고 있으나 물살이 워낙 거세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정오부터 서울 잠수교가 전면 통제됐다. 녹천∼월계 구간의 마들길도 전면 통제되다 오후 7시 40분경 통행이 재개됐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는 주택 침수 신고가 수백 건 접수되기도 했다.
○ 북한 황강댐도 방류
강력한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폭우가 쏟아지자 북한 지방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임진강 상류 북한 황강댐이 27일 밤 시작해 사흘째 계속 방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하류인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일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북한은 2009년 6월에도 통보 없이 새벽 시간에 방류해 우리 국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도 했다. 이 댐은 저수용량 3억5000만 t 규모. 황강댐에서 연천군의 최북단인 횡산관측소까지의 거리는 56km로 도달 시간은 약 8시간으로 추정된다. 내일까지 비가 계속되면 북한 측 방류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강 수계에도 많은 비가 내려 이날 춘천댐과 의암댐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문을 열고 초당 1083t과 1548t을 방류했다. 팔당댐과 청평댐도 각각 초당 7356t과 3761t의 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소양강댐은 이날 오후 172.2m에서 수위가 변하지 않아 홍수기 제한수위 190.3m보다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 추가 피해 주의해야
기상청은 “30일은 장마전선이 약간 남하하면서 경기 남부, 충청 북부와 강원 영서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천둥번개와 강풍을 동반한 시간당 10mm 내외의 비가 내릴 것”이라며 “전날보다 약해져 비가 소강상태인 곳도 많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예상강수량은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남 40∼120mm, 강원 영동 전북 전남 경북 경남 5∼40mm 등이다.
비는 다소 약해지겠지만 감전이나 교통사고 등 호우에 따른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 문종진 사무관은 “집중호우로 도로가 파인 곳이 많아 갑자기 핸들을 꺾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가피한 운행 시에는 도로 상태를 살피며 서행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원=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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