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찜통 한여름 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폭염주의보 한달이상 빨라

“교실은 더워요” 느티나무 아래서 음악수업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20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평초등학교 학생들이 한낮 무더위를 피해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야외 음악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교실은 더워요” 느티나무 아래서 음악수업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20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평초등학교 학생들이 한낮 무더위를 피해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야외 음악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일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21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찜통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0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수원 원주 33도, 대전 31, 동두천 35.2도, 충주 전주 32도를 기록하는 등 서울과 경기 강원 전북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며 “21일도 서울 수원 대구 32도, 대전 30도, 영월 33도, 강릉 광주 31도 등 더위가 계속돼 폭염주의보가 지속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폭염주의보는 최고기온 33도 이상, 최고열지수 32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지난해 폭염주의보는 경기 강원 지역은 7월 19일, 서울은 8월 20일에 첫 주의보가 발효됐다. 올해는 경기 강원은 한 달, 서울은 두 달 빨리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올여름이 역대 가장 무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때이른 6월 폭염… ‘최악의 여름’ 오나 ▼

폭염과 열대야 등 여름철(6∼8월) 이상기후가 올해 더욱 심해져 ‘폭염증후군’이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는 6∼8월(92일) 중 무려 81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으며,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일수는 12.4일로 평년(5.4일)의 2배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한 더위가 올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역대 여름철 중 최고 평균 기온을 기록한 1994년(25.4도)마저 뛰어넘을 수 있는 폭염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반도 역대 최고의 폭염 우려

이번 폭염은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불어온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발생한 푄현상(공기가 산을 넘으며 단열 압축돼 기온이 상승하는 것)과 대륙고기압의 확장에서 비롯됐다. 평년보다 일찍 시작된 더위는 여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부터 8, 9월 초순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의 빠른 확장 △한반도 온난화 지속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폭염이 지난해보다 심해질 수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확장됐다. 라니냐(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0.5도 이상 떨어지는 현상)로 더운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모여들어 서태평양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높아진 것이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북동쪽으로 이동해 북태평양고기압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000년대부터 심화된 한반도 온난화가 겹치면서 올해 최악의 더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동아일보가 1910∼2010년 한반도 여름철 기온을 분석한 결과 1910년 22.6도였던 여름철 평균기온은 2010년 24.9도로 무려 2.3도나 상승했다. 또 2000년대 폭염(30도 이상)이 관측된 곳은 1970년대에 비해 15% 증가했다.

○ 폭염증후군 우려

역대 최고의 폭염이 예상되면서 사회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에너지 부족과 환경오염, 식중독 증가 등이 우려되고 있는 것. 지식경제부는 올해 폭염으로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해보다 7% 증가한 7477만 kW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름철 냉방 수요가 지난해 대비 12.3% 증가한 1729만 kW로 전체 전력수요의 23.1%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예비전력은 420만 kW에 불과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400만 kW 밑으로 떨어지면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폭염으로 열사병 등 각종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고 심폐질환 증상 악화 등으로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1991∼2007년 여름철 하루 평균기온과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28도를 기준으로 1도 상승 시 전체 연령대의 사망률이 2.4% 높아졌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같은 경우 사망률이 3.1% 증가했다.

더구나 폭염이 지속되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이 자외선과 반응해 만들어지는 오존농도가 높아진다. 오존농도가 상승하면 호흡기, 폐 기능 저하를 가져오며 농작물 수확량도 감소한다. 폭염으로 각종 식중독균이 창궐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때문에 식중독균인 장염비브리오균이 8, 9월 대규모 번식할 가능성도 높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말라리아 발병률이 3%, 유행성출혈열 발병률이 22% 증가한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일 폭염피해 대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홀몸노인 건강관리 방안을 만들고 노인돌보미 등이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는 방문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에서 무더운 오후 시간에 휴식하는 ‘무더위 휴식 시간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폭염주의보 발표 시 단축수업을 검토하도록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동영상=‘덥다 더워’~ 평일에도 물놀이시설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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