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시험 한 번에 1등급… 외고 지원할 유학생 “언제 귀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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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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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1단계 관문 ‘영어내신’
“해외파 성적산출방식 문제” 지적

외국어고 입시에서 중학 영어내신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입시업체에는 외고에 지원할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의 귀국과 내신시험을 치르는 시기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문의가 많다. 동아일보 DB
외국어고 입시에서 중학 영어내신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입시업체에는 외고에 지원할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의 귀국과 내신시험을 치르는 시기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문의가 많다. 동아일보 DB
《“우리 아이는 지금 캐나다에 있어요. 올해 외국어고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언제 한국에 들어오는 게 좋을까요? 1학기 기말고사 전? 아니면 2학기까지 기다릴까요?” 조기유학이나 해외어학연수로 중학교 2, 3학년 영어내신 성적이 부분적으로 없는 ‘해외파’ 중학생들이 외고 지원을 앞두고 귀국 눈치작전이 한창이다. 국내 중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시험을 치르면 이 성적이 전체 평균등급으로 환산되는 산출방식을 이용해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시기를 조율하는 것. 빠르면 6월 말 외고의 2012학년도 입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어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언제 한국 학교로 편입하는 것이 좋은지 입시업체에 상담을 요청하는 문의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영어내신이 외고 1차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성적산출방식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한 번에 ‘올 1등급’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서 해외파 학생 2명이 서울지역 최상위권 외고에 합격했다. 두 학생은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직후 이 학교로 편입했다. 각각 캐나다와 홍콩에서 5년 이상 생활했던 두 학생은 2학기 기말고사에서 영어 1등급을 받았고 이것이 중학 2, 3학년 평균등급으로 환산돼 영어내신 ‘4학기 올 1등급’을 받았다. 최상위권 외고의 1단계 서류전형을 무리 없이 통과했던 이들은 경쟁률이 가장 높고 인기 있는 영어과와 중국어과에 각각 합격했다.

한편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국내파’ 김모 군(16). iBT 토플 115점에 교내외 영어 관련 토론 및 말하기대회에서 탁월한 수상실적을 자랑하는 학생이었다. 초등생 때부터 외고를 목표로 했던 김 군은 중학 3년 내내 철두철미하게 영어내신을 관리해 3개 학기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3학년 2학기에 실수로 두 문제를 틀려 3등급을 받았다. 소신대로 원하는 외고 영어과에 지원했지만 결국 낙방했다. 김 군의 어머니 이모 씨(42·서울 강남구)는 “여러모로 아들의 탁월한 외국어실력이 검증됐고 외고만 바라보고 준비했는데 한 번 실수로 1단계도 통과하지 못해 속상했다”면서 “3년 내내 목숨 걸고 공부해도 영어내신 1등급 받기란 쉽지 않은데 외국에서 돌아와 시험 한 번에 4학기 올 1등급 받고 외고에 합격한 학생들 보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논란은 내신 성적산출방식에서 비롯된다. 현재 해외 중학교 출신자나 해외연수로 2, 3학년 성적이 부분적으로 없는 학생도 외고에 지원할 수 있다. 이때 국내 중학교 성적이 4학기 중 한 학기라도 있으면 이를 전체 평균으로 환산한다. 영어에 자신 있는 유학생들은 실수위험은 최소화하고 가장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귀국해 시험을 치러 우수한 내신 성적을 확보하는 것이다.

○ 영어내신, 외고 1단계 합격관문!

상위권 외고일수록 합격자의 영어내신 성적은 올 1등급에 가까워야한다. 교육업체 ㈜하늘교육이 2011학년도 서울지역 외고 합격자의 입시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쟁률이 높았던 상위권 외고의 4개 학기 영어내신총점(160점 만점) 평균은 대원외고가 157.7점, 대일외고가 157.4점이었다. 학기별 등급으로 따져보면 4개 학기에 1, 1, 1, 1등급을 받거나 1, 1, 1, 2등급, 1, 1, 2, 2등급 정도를 받아야 합격권이라는 의미다.

입시에서 내신 성적이 더욱 강조되고 학생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어내신 1등급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경쟁이 치열한 일부 교육특구의 경우 최상위권이라도 시험에서 단 한 문제를 틀리면 전교 등수가 50, 60등 밖으로 밀려나 1등급은 요원한 실정이다.

서울 강남지역 한 중학교 교감은 “한 해에 한 학년에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7, 8명이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마치고 국내 중학교로 전학 혹은 편입을 한다”면서 “이들이 외고 진학시 내신 성적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귀국시기를 조율하는지 알 수 없으며 학교는 지침에 따라 성적을 산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외고에 지원할 딸을 둔 주부 이모 씨(44·여·서울 강남구)는 “영어내신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현행규정은 해외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유학생이 외고에 지원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국내 중학교를 다녀야한다거나 다른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만드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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