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근대 유적지 훼손 논란을 빚었던 동구 금곡동 일대 ‘배다리 관통도로’ 건설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배다리는 19세기 말까지 큰 갯골수로가 있어 만조 때면 바닷물이 들어왔는데 1900년 경인철도가 생긴 뒤 철로 주변을 개발할 때까지 배가 닿는 다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시는 2003년부터 1500억여 원을 들여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동국제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산업도로(길이 2.51km) 건설공사에 들어갔다. 폭 50∼70m 규모로 4개 구간으로 나눠 연차적으로 착공한 것. 다만 이 산업도로의 중간 지점에 속하는 배다리 관통도로(길이 580m)는 주민 반발을 의식해 경인전철 하부도로 지하에 일부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곡동 주민들이 4년 전부터 인천의 대표적 역사문화 공간인 배다리에 관통도로가 들어서면 유적지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다. 배다리 주변에는 1892년 국내 최초 사립학교로 설립된 영화초등학교와 1905년 고풍스러운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지어진 여선교사 기숙사(현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등과 같은 문화재(인천시 지정)가 있다. 또 배다리 입구 우각현(쇠뿔고개)은 인천항(옛 제물포항)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인천 최초의 근대적인 길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며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그동안 주민들과 수차례 협상에 나섰으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최근 용역을 통해 배다리 관통도로를 지하에 건설하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 등을 분석한 결과 예산 확보 및 기술적 측면에서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시는 배다리 관통도로 구간을 역사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배다리 관통도로를 백지화해도 나머지 산업도로 구간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사업 초기에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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