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현장탄압” 자살… 노조, 조업거부… 현대車 아산공장 가동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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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타임오프에 항거한 것”… 회사 “근무 이탈 지적했을 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9일 한 조합원의 자살로 인한 노조의 조업 거부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충남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반경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내 화장실에서 노조 대의원 출신 박모 씨(49)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대차 아산공장과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현장에 A4용지 두 장으로 된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사측의) 현장 탄압이 심해 툭하면 (노조활동으로 자리를 비운 것을) 무단이탈(로 취급한다). 근골신청(근골격계 질환요양 신청) 면담시간마저 무단이탈로 (취급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정규직인 박 씨는 2007년 11월∼2009년 10월 전임 노조 집행부에서 대의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노동안전보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위원은 부상을 당하거나 지병을 호소하는 조합원을 만나 상담하고 이를 조합에 보고해 산업재해 처리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자리로, 현대차 아산공장이 타임오프를 시행한 4월 1일 이전에는 박 씨의 이런 활동은 유급 처리됐다. 하지만 4월 1일 이후 이 업무가 무급 처리되자 박 씨가 보건위원 활동과 일상 업무를 병행하면서 회사 측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박 씨가 타임오프제를 빌미로 한 (사측의) 노동운동 탄압에 항거하다 자살했다”며 이날 오후 2시 반경부터 조업을 거부해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노조는 박 씨에 대해 산업재해에 준하는 처리와 박 씨의 부인 취업 및 자살과 관계된 회사 관계자 처벌 등 유족 요구사항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유서에는 노사 갈등에 대한 내용과 함께 이 사건의 장본인으로 특정인의 휴대전화번호를 명기했다”며 “박 씨가 왜 자살을 했는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타임오프제 시행에 따른 노조 전임자 문제로 마찰을 빚어왔다. 회사 측이 기존 233명의 노조 전임 가운데 24명만 인정할 수 있다며 명단 제출을 요구했지만 노조가 응하지 않자 현재까지 233명에 대한 4, 5월분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박 씨는 노조 전임자가 아니어서 타임오프제 대상도, 이번에 월급을 지급받지 못한 대상도 아니었다”며 “근무시간 무단이탈은 타임오프제와 관계없이 사규에 어긋났기 때문에 지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쏘나타 하이브리드, 신형 그랜저 등의 판매가 늘고 있어 이번 생산라인 중단이 지속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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