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 장미원. 동물원 사육사가 오랑우탄 백석이(3·사진)를 들어보이자 어린이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백석이 역시 한 달 만에 관람객을 맞은 터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백석이가 기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 달 전 비뇨기과 의사에게 고환 보정수술을 받고 비로소 진정한 ‘수컷’이 됐기 때문이다. 2009년 서울동물원 개원 100주년에 태어난 ‘백(100)석’이는 삶이 순탄치 않았다.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1kg(새끼 오랑우탄의 평균 몸무게는 2∼3kg)밖에 되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더 큰 문제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7월. 수의사 대신 비뇨기과 전문의가 백석이의 고환을 만지던 중 왼쪽 고환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복강경 검사 결과 왼쪽 고환은 배 안에 있었다. 크기도 작았다. 김보숙 서울동물원 동물병원 수의사는 “그대로 두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석이는 지난달 3일 서울의 한 비뇨기과에서 고환 보정수술을 받았다. 고환 보정수술을 받은 동물은 백석이가 처음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배 속 고환을 확인한 뒤 이를 원래 위치로 내리고 실로 묶었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번식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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