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오랑우탄 ‘백석이’ 男性 되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출생때부터 왼쪽 고환 감춰져… 비뇨기과 의사가 수술

“야, 오랑우탄이다!”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 장미원. 동물원 사육사가 오랑우탄 백석이(3·사진)를 들어보이자 어린이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백석이 역시 한 달 만에 관람객을 맞은 터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백석이가 기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 달 전 비뇨기과 의사에게 고환 보정수술을 받고 비로소 진정한 ‘수컷’이 됐기 때문이다. 2009년 서울동물원 개원 100주년에 태어난 ‘백(100)석’이는 삶이 순탄치 않았다.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1kg(새끼 오랑우탄의 평균 몸무게는 2∼3kg)밖에 되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더 큰 문제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7월. 수의사 대신 비뇨기과 전문의가 백석이의 고환을 만지던 중 왼쪽 고환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복강경 검사 결과 왼쪽 고환은 배 안에 있었다. 크기도 작았다. 김보숙 서울동물원 동물병원 수의사는 “그대로 두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석이는 지난달 3일 서울의 한 비뇨기과에서 고환 보정수술을 받았다. 고환 보정수술을 받은 동물은 백석이가 처음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배 속 고환을 확인한 뒤 이를 원래 위치로 내리고 실로 묶었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번식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동영상=세계 최초 고환수술 받은 오랑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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