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구벌]“황당한 꿈이라더군요, 그래도 우린 ‘더 큰 대한민국’을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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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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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일 대구시장에게 대구세계육상대회 유치는 우선 개인적으로 ‘성장의 계기’였다. ‘한국, 그것도 서울도 아닌 대구가 이 대회를 유치한다고? 말도 안되는 황당한 꿈’ 이라고들 하던 것을 보기 좋게 ‘말이 되게’ 만든 대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다. 김 시장은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기적을 이루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대제전이지만 단순히 일회성 스포츠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9일 동안의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반짝 이벤트라면 결국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대구가 대한민국을 껴안고 날아오르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넓은 창공에 퍼져 나갔다. 그는 “대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하니 마치 ‘장자’에 나오는 대붕(大鵬)이 거대한 날개를 펴고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유치 이후 뭐가 달라졌나.

“개인적인 삶도 그렇고, 공동체의 삶도 그렇고 어떤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을 때 크게 발전하는 거 아니냐.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처럼 지구촌 시대에는 더욱 그렇고. 나는 ‘더 큰 대구, 더 큰 대한민국’을 늘 생각하는데 말을 쉽지만 딱 부러지게 길을 열어젖히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대회 유치 전에는 반드시 유치해야겠다는 집념으로 모든 힘을 쏟았고, 유치를 이룬 뒤에는 이 대회를 발판으로 뛰어올라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성공적인 대회란….


“스포츠 측면에서만 보면 육상경기니까 당연히 종목별로 좋은 기록이 나와야 한다. 대구 대회에서 100m를 비롯해 각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이 쏟아지는 것은 대회 흥행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건 육상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나 세계육상경기대회는 일종의 올림픽이다. 메달을 딸 가능성이 낮은 선수들도 기꺼이 참여해 당당히 실력을 겨루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모든 경기에는 금 은 동 메달을 따는 선수 정도 기억하게 되지만 이들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것은 함께 경기를 벌인 참가자들이다. 선수들이나 경기장을 찾는 관중,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관중이 이 대회를 통해 이 같은 마음을 보여주고 대회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세상이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이다. 대회가 사고 없이 잘 치르지고 좋은 기록이 나오고 하는 것과 함께 이런 마음이 지구촌에 공감(共感)되는 것이 ‘성공’의 뜻이다.”

―대구에 어떤 도움이 되나.

“어떤 도시도 그렇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자기들끼리 이불 속에서 만세 부르며 자화자찬 해봐야 소용없다. ‘밖에서’ 알아줘야 객관적인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밖에서 브랜드 가치를 알아줘야 기업도, 투자도, 관광객도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늘 겪는 것이지만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 아니냐. ‘이 회사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면 장바구니에 넣는다. 정부에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있듯이 개인이나 지역,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지만 구체적으로 높여나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돈을 쏟아 붓는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반드시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게 바로 이런 일이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치면 많은 대구시민과 기업인들이 명함에 ‘2011 세계육상대회 개최 도시’를 새기고 대구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에게 이를 다양하게 각인시킬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신뢰이고 공신력이며 자신감이다. 대구의 든든한 사회간접자본이 될 게 틀림없다.”

―시민과 국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대구시내 도로에는 900만 그루 가량의 가로조경수가 심어져 있다. 대회를 100일 앞둔 5월은 그냥 아름다운 계절이 아니다. 5월을 뜻하는 영어 ‘메이’는 ‘성장(成長)의 신(神)’ 이름에서 나왔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1년 중 5월에 만물의 성장이 가장 활발한 것 같다. 대구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 크게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대구육상대회가 더 큰 대한민국을 성장시키는 유쾌한 대역사가 될 수 있도록 대회 동안 관중석이 꽉 차고 월드컵 거리 응원처럼 전국 곳곳에서 응원하는 분위기가 되도록 사랑해주면 좋겠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김범일 대구시장

△1950년 경북 예천 출생
△경북고-서울대 상대-미국 남가주대 행정학 석사
△행정고시 12회 △총무처 공보관 △대통령 행정비서관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대구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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