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훈고는 장훈학력인증제, 교사 수업 실명제 등의 학력향상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장훈고 제공
대입에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면서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초중생 때부터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에 의존해 온 고교생들은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이렇게 잘못 길들여진 공부습관을 ‘개조’하기 위해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올해부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서울 장훈고가 그곳. ‘사교육 없는 행복학교’를 지향하는 장훈고는 △365일 공부방인 ‘서훈관’ 운영 △교사 수업 실명제 △영어, 수학 장훈학력인증제 등 혁신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훈고의 차별화된 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 학생 성적? 교사가 책임진다!
장훈고 교사들은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교사들은 ‘교사 수업 실명제’를 통해 자신이 가르친 학생의 성적을 책임진다. 학생들의 수업성취도를 통해 해당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를 평가하는 것. 자신이 담당한 과목의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습이 부진한 학생이 있다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일대일로 학습을 지도해준다.
이 학교 이경복 교장은 “학생 개개인을 철저히 관리해주고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사 실명제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대한 꾸준한 피드백 통로도 마련돼 있다. 일종의 ‘교사평가’인 셈. 한 달에 한 번 학생 일부와 교장, 교감 등이 만나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 ‘A 선생님의 수업은 재미있어 인기가 좋다’ ‘수능과 관련된 수업에서는 수능 관련 문제풀이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학생들의 평가와 요구가 교사에게 전달돼 수업에 반영된다.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이기위해 영어, 수학에 걸쳐 이른바 ‘장훈학력인증제’를 연간 4회 실시한다. 이 시험은 토익, 토플, 수학경시대회 같은 외부 대회가 아니라 철저히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문제로 영어, 수학 실력을 인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최고급, 중급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일정 점수가 넘으면 최고급 시험을 친 학생은 A나 B등급 중 한 등급을 받는다. 중급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C, D, E등급 중 한 등급을 받게 된다. 인정받은 등급은 대입 수시전형에 지원할 때 학업 능력을 인정받는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수 있다.
과목별로 세분화된 방과 후 학교 수업인 ‘장훈 비전 아카데미’도 인기다. 영어 관련 과목만 봐도 △문법 토대 올리기 △영어듣기 △수능 유형 익히기 △수능 실전 영어 △직독직해 완성반 등 영역별, 수준별로 세분화해 개설됐다. 이 학교 1학년 장지원 군(16)은 “언어영역 비문학 중에서도 어휘 부문이 취약해 ‘비문학 어법, 어휘 단기 완성’반에 들어갔다”면서 “내가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콕 찍어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자기주도학습, 365일 멘토 교사와 함께
오후 10시, 학년별로 마련된 자기주도학습 공부방인 ‘서훈관’에는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로 빼곡하다. 이날 학생 지도를 담당한 수학, 물리, 영어, 국어 과목의 멘터 교사 4명은 오후 11시까지 책상 앞을 지키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준다.
윤수범 자기주도학습부 부장교사는 “1학년 담당 교사들이 돌아가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준다”면서 “언제 어떤 과목의 교사가 남는지를 매달 초 공지해 궁금한 질문을 미리 준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훈고의 자기주도학습은 서훈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365일 운영되는 서훈관은 학생들의 자율적 의지를 우선 반영한다. 학생들은 서훈관에서 공부할 시간을 스스로 결정한다. 인터넷 강의가 필요하다면 최신식 컴퓨터가 구비된 인터넷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할 수 있다.
학생들은 매주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주간 학습 계획표’를 적는다. 이 계획표는 매주, 매일의 공부계획을 적고 자신의 학습 메모를 쓸 수 있게 구성됐다. 이 학교 1학년 박재우 군(16)은 “계획표를 작성하면서 어떤 공부를 먼저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부하게 됐다”면서 “내게 필요한 공부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니 내게 딱 맞는 ‘나만의 공부 규칙’도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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