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박준영 전남도지사의 호남고속철 광주∼목포 구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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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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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선로 재활용할거면 MB정부는 아예 손 떼야”

전남도 제공
전남도 제공
평균 시속 188km에 불과한 호남고속철도에 대한 광주전남 지역의 비난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박준영 전남도지사(사진)가 정면대응을 선언했다.

박 지사는 최근 목포시청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 구간 관련 질문을 받고 “2조 원이 드는 신설 노선이 아니라 1조 원을 들여 기존 선로를 개량해 활용하겠다는데 그렇게 하려면 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속도 문제가 아니라 기존 노선을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예산 낭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지사는 “호남선 복선화 공사에 36년이 걸렸다”면서 “그 정도면 목포에서 대전까지 달팽이도 왔을 세월인데, (광주 전남은) 그런 차별과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기존 국철노선을 활용해 추진할 거라면) 이 정부는 아예 손을 떼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지사는 그동안 서남권 거점공항인 무안공항 활성화와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건설 사업 등을 위해 호남고속철을 신설 노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3일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호남고속철 건설 방침을 밝혔다. KTX 오송∼광주 구간(182km)을 2014년까지 신설하고, 광주∼목포 구간(76.1km)은 2017년까지 완공하되 기존 노선을 고속화한다는 것. 이 노선은 고속철을 신설하는 것이 아닌 기존선로(59.5km)를 개량해 활용하는 것으로 함평역∼무안공항은 지선으로 연결하는 데다 평균 시속은 188km, 최고 속도는 시속 230km에 그쳐 ‘무늬만 고속철’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초 알려진 정부 계획은 2조3200억 원을 들여 KTX 전용노선(48.6km)을 신설해 시속 300km로 광주∼목포를 13분에 주파한다는 것이었다.

평소 직설화법을 자제해 온 박 지사가 작심하고 강경발언을 쏟아 낸 데는 지역민들의 ‘호남푸대접’ 여론을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4대강 반대’ 당론을 거스르면서 영산강 살리기 등에 ‘실용’원칙을 고수해 온 박 지사가 KTX 문제를 계기로 인식 자체를 바꿨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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