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불법대출 묵인 혐의 금감원 부국장급 팀장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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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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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걸어 220억 대출알선 혐의… 금감원 수석조사역 구속 기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가 9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업무를 총괄했던 금융감독원 부국장급 팀장(2급) 이모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이 씨는 2009년 3월 검사반장으로 일하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사실을 파악하고도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이 7조 원대의 경제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어떻게 법망을 피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검찰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씨는 검사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21명에게 대출한 2400여억 원의 자산건전성이 부당하게 분류돼 대손충당금 930억 원이 부족하게 적립됐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한 데다 △고위험의 PF 사업을 대주주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감사원 감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돼 문책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이 기소했거나 수사 중인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은 모두 11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8명은 구속 기소됐고 1명은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1명은 체포돼 조사하고 있으며 1명은 수배 중이다.

최근 검찰에 적발된 사례 가운데 금감원 직원이 전화 한 통만으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수백억 원을 대출받게 해주는 등 저축은행과 금감원 직원의 긴밀한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것도 있었다.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 씨는 2009년 4월 고교 동창의 동생인 시행사 H사 대표 송모 씨에게서 “부산저축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모 부산저축은행 감사(구속 기소)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6일 구속 기소됐다. 최 씨는 그 대가로 송 씨에게서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 감사는 저축은행 검사권이 있는 최 씨가 부탁하자 송 씨가 내놓은 담보의 가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이 함께 H사에 220억 원을 대출하도록 지시했다. 최 씨는 2005∼2007년 부산저축은행의 검사를 진행하면서 강 감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씨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20일 그를 체포했다.

또 최 씨는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신탁사 변경업무 처리과정을 알아봐준 뒤 송 씨에게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전일저축은행이 파산한 뒤 파산관재인으로 예보가 선임되자 예보 김모 팀장에게 “경남 거제시 아파트 건설사업의 신탁사 변경업무 처리과정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 이와 관련해 예보 측은 “김 팀장이 고교 선후배 사이인 최 씨의 연락을 받기는 했지만 전일저축은행 파산관재 업무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금감원 전·현직 직원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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