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공단 냉난방기 생산업체 주식회사 지구의 유명열 사장이 자연형 가습 유닛을 들고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천장형 냉난방기에 가습장치를 달면 어떨까?”
사방이 유리로 꽉 막힌 답답한 실내. 이런 건물 안에서 메마르고 혼탁한 공기로 고통 받아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궁금증이다. 최근 대형건물을 중심으로 천장형 냉난방기(시스템 에어컨)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이 같은 고민을 풀어줄 아이디어를 지방의 한 중소기업이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광주 하남공단 냉난방기 생산업체인 ㈜지구 유명열 사장(43)이 이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은 2005년 초. 냉난방 분야 경력 20년의 유 사장은 현장 조사를 통해 건조한 실내공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답답함과 두통, 무기력에서부터 피부 및 안구건조증, 천식 등 기관지 호흡기 질환, 아토피 등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천억 원대 시장 규모도 주목했지만 당장 생활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심정으로 5년여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비슷한 개념의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분야 핵심포인트는 실내공기의 청정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 기존 △초음파식 △증기식 △분사식 제품들은 한결같이 공기 중 세균 오염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일반가정에서 흔히 쓰는 초음파식은 아무리 물통의 물을 자주 갈아준다 해도 ‘고인 물’의 세균증식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회사의 ‘항균 기화식 가습기’는 우선 수도관을 천장형 에어컨에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청결한 수돗물을 가습 여재(濾材)에 분사해 냉난방 기류와 함께 통과하도록 만들어 적정습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특수 제작된 여재는 실내먼지 제거는 물론이고 탈취 항균기능까지 갖췄다. 마치 비 온 뒤 공기가 맑아지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열을 가하지 않는 ‘자연형’ 가습방식을 앞세워 최근 특허 및 조달등록까지 마쳤다.
유 사장은 “1년 내내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에어컨을 끌 수도 없는 건물 입주자들의 호소가 절박하게 들렸다”며 “사무용 건물과 병원 학교 유치원 등에 도입돼 불편을 덜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