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기다려!… ‘항구’가 달려갔다

‘모바일하버’ 부산 앞바다서 로봇팔 도킹시연 성공
해상물류 새 가능성… KAIST “악천후속 성공의미”

26일 부산 한국해양대 앞바다에서 KAIST가 개발한 모바일하버 자동도킹장치의 로봇 팔이 배를 끌어당기고 있다. 로봇 팔 끝에는 진공 흡착 패드가 있어 배에 손상을 주지 않고 당길 수 있다. KAIST 제공

바다 위에서 ‘모바일하버(Mobile Harbor)’와 대형 선박이 자동으로 밀착(도킹)하는 시연이 성공했다. KAIST는 26일 오후 2시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 앞바다에서 모바일하버의 자동도킹시스템으로 바지선과 3500t급 선박인 ‘한우리호’를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지선은 모바일하버, 한우리호는 대형 화물선의 역할을 대신했다.

KAIST가 2009년부터 개발해온 모바일하버는 배가 항구로 진입하는 기존 항구와 달리 항구가 바다에 떠 있는 배로 다가가 화물을 싣고 내리는 ‘움직이는 항구’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항만 크기나 바다 깊이와 상관없이 대형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정박해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다. 문제는 바다 위는 항상 파도가 쳐 모바일하버와 배가 계속 요동친다는 점이다. 둘이 도킹하기 직전 파도로 충돌이 일어나면 컨테이너선의 무게로 인해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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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바일하버 자동도킹시스템의 시연은 악조건에서 진행됐다. 바람이 초속 15m 정도로 강했고 파도도 최대 4m까지 출렁였다. 모바일하버 역할을 한 바지선은 한우리호에 접근해 먼저 두 선박 사이의 충돌을 막아주는 대형 쿠션 형태의 완충장치를 끼웠다. 그리고 ‘로봇 팔’을 뻗어 끝에 달린 ‘진공 흡착 패드’를 한우리호 측면에 붙였다. 진공 흡착 패드는 배를 손상시키지 않고 강하게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두 선박이 가까워진 뒤에는 케이블로 배를 항구에 고정시켰다. 김용인 모바일하버사업단 사업개발실장은 “자동도킹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로봇 팔이 파도에 요동치는 모바일하버와 컨테이너선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악조건에서 시연을 성공해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성공한 자동도킹시스템과 바다 위에서 짐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안정화 크레인’이 결합하면 완전한 모바일하버가 된다. 안정화 크레인은 2009년 말 KAIST 내 해양수조에서 축소 모형으로 시연에 성공한 바 있다. KAIST는 6월 29일 두 설비를 장착한 통합 모바일하버의 해상 시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곽병만 KAIST 모바일하버사업단장은 “모바일하버는 항만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않고 대형 컨테이너선의 짐을 옮길 수 있는 새로운 해상물류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