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 1월에 도입된다.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후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고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산업계는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된다”며 도입에 반대해왔다.
2005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은 어땠을까. 토브사크 플레텔스키 유럽연합(EU) 기후변화대응부 유럽국제탄소시장 국장(41·여·사진)을 지난달 25일 만났다. EU 기후변화대응부는 유럽 전체 국가의 기후변화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그는 이날 한-EU 기후변화 위크숍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다.
―EU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로 어떤 성과를 거뒀나.
“배출권 거래제는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2005년에 도입한 이후 2007년까지 온실가스가 5%, 이후 2009년까지 13% 줄었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규제가 가능해졌다고 본다.”
―한국은 산업계의 반대로 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2015년으로 늦춰졌다.
“기업들이 규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EU 내 기업들은 ‘줄일 부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감축한 기업에 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주니까 많이 줄이더라. 기업들에 배출권 거래제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점을 설득했다.”
―한국은 EU와 산업구조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미국 중국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인데….
“독일 등 개별 국가로 보면 여전히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라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다. 세계 주요 경제국이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만 해도 탄소 규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광둥(廣東) 성에서 거래제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EU는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후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연료 효율이 개선되고 신재생에너지, 녹색기술 개발 등이 활성화돼 EU가 세계 저탄소 시장의 33%를 점유하게 됐다.”
―한국 산업계에 조언을 해준다면….
“유럽연합 내에서는 온실가스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아직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럽 내 개별 국가들은 탄소규제가 없는
국가에서 수입한 제품에 대한 국경조치(Boarder Measures)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석탄에너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갈 것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분야를 미리 차지해야 ‘선점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환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증가한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일단 거래제 도입 후 투명하게 운영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신뢰 높은 측정과 검증을 해 탄소가격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세우는 등 예측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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