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멸종위기종 제주 초령목 꽃 피었다

  • 동아일보

서귀포 남원읍 하천변
국내서 유일한 자생지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해발 300m 하천변. 상록수인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사이로 회색빛 수피의 곧게 뻗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멸종위기종인 ‘초령목(招靈木·사진)’. 하천으로 내려가야 하늘로 얼굴을 내민 끝부분이 보였다. 거기에 보일 듯 말 듯 하얀 꽃이 다소곳하게 피었다.

육안으로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는 초령목 꽃을 구별하기 힘들었다. 망원렌즈를 통해서야 겨우 확인했다. 자생지에서 활짝 핀 초령목 꽃을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꽃받침 부분은 붉은빛을 띠었다. 꽃 크기는 10여 cm에 불과하지만 연꽃을 연상시켰다. 초령목은 ‘나뭇가지를 신전에 놓고 신령을 불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생지에서 만개한 초령목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제주대 식물분류학 실험실팀이 2007년 식물조사과정에서 발견했다. 높이 18m, 가슴높이 둘레 1.2m로 수령은 70∼80년으로 추정된다. 제주에서는 이곳 외에 1970년대 하천변에서 발견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로 옮겨진 한 그루(40∼50년생 추정)가 자라고 있다.

초령목은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성 때문에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김철수 제주도 한라산연구소장은 “초령목은 종자 번식이 힘들어 삽목으로 인공 증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생 초령목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과 함께 체계적인 조사와 보호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목련과 상록수인 초령목은 3, 4월에 흰 꽃을 피우는 큰키나무로 국내에서는 흑산도와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흑산도 자생 초령목은 천연기념물 369호로 보호를 받다가 고사해 2001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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