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KAIST에서는 학과별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교수와 학생들은 강의실이나 식당, 잔디밭에서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고 서로 보듬어 안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학부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서남표 총장의 개혁 철폐를 요구하거나 새로운 리더십을 주문하고 나섰다. 총학생회와 교수협 모두 서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았지만 개별적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나붙기도 했다.
국회는 12일 서 총장을 임시회에 불렀으며 이날로 예정됐던 총장과 학생 간 대화는 일단 연기됐다. 총학은 13일 비상학생총회를 열어 학교 정책 결정 과정에 학생 대표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 사제가 수업 접은 채 머리 맞대
KAIST는 11일부터 25개 학과별로 사제 간에 해법을 찾기 위한 진지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12일까지 열리는 토론회는 586명의 교수와 석·박사 대학원생 및 학부생, 외국인 학생 등 1만535명이 참가 대상이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았고 모든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묵념부터 했다. 간담회는 강의실에서 진지하게 진행되기도 했고 잔디밭에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딸기를 먹으면서 편안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임용택 기계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듬지 못했던 부분, 교수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정재승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이번 사태가 어찌 서 총장 혼자만의 책임이겠느냐.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경쟁과 협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세상에 대한 연민 모두로 일견 모순돼 보이지만 모두 소중하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일원으로 KAIST가 국민의 기대 이상으로 획기적 창의적인 교육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 개혁 철폐, 새로운 리더십 요구
“학생들 아픔 공감 못했다” 11일 오후 비상총회를 연 KAIST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교수들은 “KAIST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어린 학생들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교수들을 용서해 달라”고 밝혔다. 대전=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KAIST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1층 창의학습관에서 비상총회를 열어 서 총장의 일방통행식 개혁을 비판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했다. 교수협은 “우리는 개혁에 반대하지 않으며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됨을 잘 알고 있다”며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발전의 방향을 찾아간다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협 비상총회 참석자 220명 가운데 끝까지 자리를 지킨 189명을 대상으로 서 총장 용퇴 요구 여부를 묻는 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자’는 106명(56.0%), ‘용퇴를 요구하자’는 64명(33.8%)이었다. 19명은 기권했다.
총학생회도 이날 기자회견과 중앙운영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서 총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총학 측은 “서 총장 부임 이후 KAIST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 ‘학생과의 소통’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총장은 경쟁 위주 개혁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학생 전용 게시판에는 KAIST나 서 총장에 대한 외부 공격 등에 반감을 보이는 글이 늘었다. “교과부에서 이사회 열어서 (해임안을) 검토한다는데 총장님의 사임은 최악의 선택”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은 이날 최고 조회와 추천수를 기록했다. ‘정부나 외부가 개입된 총장 해임 또는 자진 사퇴를 막아야 합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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