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천국’인 전남 신안군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한 임자도는 4월 중순이면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물결을 이룬다. 올해 튤립 축제는 15일부터 10일간 펼쳐진다. 신안군 제공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에서 임자도는 7번째로 큰 섬이다. 자연산 깨가 많이 나 ‘임자(荏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임자도는 모래로도 유명하다. 바람이 크게 불면 섬 전체가 모래로 뒤덮인다. 그래서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마셔야 시집을 간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임자도는 수년 전부터 ‘튤립 섬’으로 불리고 있다. 나루터에서 대광해수욕장에 이르는 14만8500m²(약 4만5000평)에 심은 튤립 때문이다. 임자도 튤립 단지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튤립단지(약 9917m²·약 3000평)의 15배로 국내 최대 규모다. 600만 송이가 원색의 물결을 이루는 4월 중순이면 섬 인구의 20배가 넘는 관광객이 섬을 찾는다.
○ 튤립으로 이룬 기적
8일 찾은 임자도는 1주일 후에 열리는 튤립축제(15∼24일) 때문에 분주했다. 공무원들은 축제 조형물을 세우고 화단을 정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튤립 단지 주변에서 잡초를 뽑거나 축제 때 팔 화분을 손질하는 주민들도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튤립은 이제 막 꽃대를 내밀었다. 올해는 1∼3월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2.5도 낮아 개화가 조금 늦은 편이다. 튤립은 19일 전후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임자도는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을 잇는 연륙교를 지나 점암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한다. 교통이 불편한데도 2007년부터 열린 튤립 축제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축제(4월 16∼25일) 관람객은 10만여 명. 평소 1시간마다 운항하던 여객선이 10분마다 다닐 정도로 몰렸다. 축제의 직간접적인 수입도 엄청났다. 식당 및 숙박업소 매출액 4억 원, 도선료 수입 2억5000만 원, 농특산물 판매 2억 원, 입장료 수입 1억 원 등 10일간 10억 원이 넘는 돈이 섬에 뿌려졌다. 신안군이 축제 예산으로 쓴 1억3000만 원의 10배 가까운 수입을 올려 섬 축제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횟집을 하는 김미옥 씨(50·여)는 “축제가 열리는 4월 한 달간의 수입이 여름 휴가철보다 낫다”며 “오죽했으면 군청에 축제 기간을 늘려달라고 민원을 넣었겠느냐”고 웃었다.
○ 사계절 꽃피는 섬으로…
축제가 끝나면 주민들은 튤립 구근(球根·둥근 모양의 뿌리)을 팔아 돈을 번다. 구근의 개당 가격은 250원으로 12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가로 화단용으로 연간 1200만 개의 튤립 구근이 소비된다. 이 중 500만 개를 임자도에서 공급하고 나머지는 네덜란드에서 가져온다.
신안군은 특산품인 대파 대체작목을 찾다 튤립에 눈을 돌렸다. 국내 대파의 5%를 생산하는 신안군은 과잉 생산과 중국산 수입 여파로 가격파동을 겪어왔다. 사구(砂丘)인 임자도 토질이 튤립이 성장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2002년 목포대와 함께 튤립 구근 시험 생산에 나섰다. 임자도는 겨울 평균 기온이 섭씨 5도 이상으로 춥지 않고 해풍 때문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딧물이 없다. 모래흙이 물이 잘 빠지고 게르마늄을 함유해 크기가 큰 구근을 생산할 수 있어 튤립 재배의 최적지다. 신안군은 임자도를 사계절 꽃피는 섬으로 가꿀 계획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겨울에는 동백 등 언제든지 꽃을 구경할 수 있는 ‘해피 아일랜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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