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돈보따리 활짝… 울산경기 꽃망울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1일 문을 연 ‘울산 우정혁신도시 푸르지오’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는 1, 2일 이틀간 6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대우건설 제공
1일 문을 연 ‘울산 우정혁신도시 푸르지오’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는 1, 2일 이틀간 6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대우건설 제공
낮 기온이 영상 20도 안팎까지 올라가 완연한 봄 날씨를 느끼게 한 1일 오전. 울산 남구 삼산동의 ‘울산 우정혁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는 평일인데도 개장 직후부터 방문객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타입별로 꾸민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하기 위해 줄을 세우기도 했다. 백영근 대우건설 울산영업소장은 “울산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시중에 자금이 흘러들면서 올 초 계획된 신규 분양 물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당첨자 발표를 실시한 ‘나인파크 삼산 오피스텔’ 역시 울산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청약 접수 이틀 동안 모델하우스 앞에 인파가 줄을 200m나 서는 광경이 빚어지면서 최고 경쟁률 14 대 1을 기록했다.

부산에 이어 울산의 부동산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 데는 2만5000여 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 ‘뭉칫돈’을 손에 쥔 것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전체 1조7500억 원에 달하는 기금 가운데 일괄지급 방식을 택한 직원들을 통해 시중에 쏟아져 나온 자금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울산지역 업체들의 2월 수출실적이 광역지자체 1위를 달성하는 등 지역경기 호황도 한몫했다. 최홍식 울산시 경제정책과 주무관은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이 모두 활황인 데다 공장 풀가동에 따른 수당에 인센티브까지 지급되면서 시중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발전은 공공기관 이전이나 공항 건설이 아니라 ‘부’를 창출하는 민간기업의 유치에 있음을 울산시가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


한국무역협회 울산지부에 따르면 울산의 2월 수출은 65억932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1% 늘어나면서 2009년 6월 이후 주로 경기도에 1위를 내주었던 지자체별 수출 실적 정상의 자리를 20개월 만에 탈환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SK에너지 등이 위치한 울산에는 현재 5인 이상의 기업 1243곳,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이 89곳이나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부 관계자는 “특히 2월 들어 석유화학과 자동차부품 분야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더 큰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최 주무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향세를 탔던 지역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기조에 오르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주량 증가 등으로 피크를 이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최근 10년 동안을 비춰 봐도 성적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이처럼 울산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만에 도시경제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부동산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업의 역할이 다시 한 번 부각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유기적인 생물체처럼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자극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대다수 공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례에서 보듯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인위적으로 공항이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것보다 ‘똘똘한’ 기업 하나 잘 육성하는 것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 경기 활황이 부동산으로 번져


1일 ‘울산 우정혁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 본보기집에서 만난 주부 최정아 씨(31)는 “현대자동차 직원인 남편이 얼마 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 목돈이 생긴 데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서 이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합한 액수에 근무기간을 곱한 만큼을 퇴직금 중간정산금으로 받은 직원 가운데 일부는 2억 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공인중개사사무소 박영숙 대표는 “갑자기 생긴 여윳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묻는 상담 전화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지역 내 다른 대기업들도 희망자에 한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있어 더 많은 유동자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산의 분양 열기 역시 다른 광역시와 마찬가지로 최근 3, 4년간 이어진 공급 부족에서 시작됐다. 2007년 1만1015채를 기록한 울산의 신규 아파트 공급량은 2008년 6103채, 2009년 3405채, 2010년 1246채로 급감했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경남울산지사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말부터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으로 쏟아낸 아파트들이 비싼 고급 주상복합 위주라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못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공급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 조짐을 보이자 유동자금은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인파크 삼산 오피스텔’의 분양대행사 동일D&C 이종혁 팀장은 “임대사업용과 실거주 목적이 7 대 3 정도였다”며 “특히 부산 부동산 활황을 체험한 부산지역 투자자 및 중개업소들이 이곳까지 진출하며 분양 열기에 불을 지폈다”고 전했다.

울산=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