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未堂) 서정주 시인(1915∼2000)이 남긴 ‘국화 옆에서’는 누구나 한 소절은 기억할 만한 대표적인 시다. 서정주 시인이 생전 수많은 작품을 구상하고 썼던 ‘봉산산방(蓬蒜山房)’이 4일 개관식을 여는 등 수도권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문학·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들의 생가와 작업실, 그리고 이들을 주제로 한 공원과 축제 등을 소개한다. ○ 예술의 향기 남아 있는 생가와 가옥들
서울 관악구 남현동 1071-11에는 미당이 타계하기 전까지 30여 년간 살았던 집이 있다. 미당은 1970년 이곳에 이사와 ‘곰이 쑥(蓬)과 마늘(蒜)을 먹고 웅녀가 됐다는 단군신화’에서 이름을 따 이곳을 ‘봉산산방’이라고 이름 짓고 집필 활동을 해왔다. 관악구는 한동안 방치돼 있던 이곳을 2008년부터 복원에 착수해 ‘미당 서정주의 집’으로 시민의 품에 돌려주게 됐다.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옛 주택을 그대로 되살려 생전 시인이 입었던 옷, 모자, 손목시계, 안경, 가방 등이 전시된다. 2층은 그가 고뇌하며 시를 썼던 창작의 산실로 책상과 책장, 서가 등을 볼 수 있다. 평일과 토, 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 및 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경기 화성시 활초동에는 일제강점기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홍난파(1898∼1941)의 생가가 있다. 1986년 전통 한옥양식의 목조 초가 건물로 복원된 이곳에는 홍난파가 생전에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강화도에는 조선 말기 문인 화남 고재형(1846∼1916)의 생가가 있다. 화남은 섬(강화)의 마을 200여 곳을 둘러보고 지은 ‘심도(沁島)기행’이란 기행 문집으로 유명하다. ‘심도’는 강화의 옛 이름. 두두미 마을(인천 강화군 두운리)에 있는 화남의 생가는 소담한 시골집이다. 이곳을 찾아가는 ‘화남 생가 가는 길’(17km)은 강화도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걷기코스로 인기 있다. ○ 테마공원에선 기념 축제 열려
대표적인 기념 공원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 조성된 ‘천상병 테마공원’. 노원구는 상계동 인근에서 7년 넘게 살았던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10월 공원을 조성하고 대표적인 시 ‘귀천(歸天)’에서 이름 딴 정자 ‘귀천정’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선 2009년부터 ‘천상병테마공원 열린축제 한마당’이 개최돼 올해로 3회를 맞이한다.
홍난파 선생이 대표곡들을 작곡한 벽돌조 서양식 가옥이 있는 서울 종로구 홍파동에서는 매년 ‘홍난파 가곡제·봉숭아 축제’가 열린다. 올해 8월에도 제3회 축제가 예정돼 있어 주민들에게 홍난파의 가곡 작품과 동요를 들을 수 있는 음악회를 선사한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는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1420∼1488)의 호를 따 만든 ‘사가정공원’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는 서거정의 시비들이 세워져 있어 봄기운을 느끼며 산책하기 좋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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